< 빛 바랜 사진 >


빛 바랜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옛날 추억들이 새록새록 난다. 사진속의 인물은 그대로인것 같은데 어느새 나는 70줄로 달려가고 정동진 감독님은 내일 모레면 80을 바라보고 있다. 한장의 사진은 그야말로 추억이 담긴 두 사람의 인생을 말해주고 있다. 지금도 젊은 청춘 같은 마음인데 어느새 정동진 감독님과 나는 7 - 80을 바라보고 있으니...


빛바랜 사진속의 추억은 1986년 대구 홈구장인 시민야구장에서 빙그레 이글스 팀의 천창호 투수를 상대로 역사적인 첫 100호 홈런을 쳤을 때의 장면이다. 이때의 추억은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어제 같은 느낌이다.


지금도 잊을 수가 없는 것은 역사적인 100호 홈런을 치고 너무 기쁜 나머지 3루를 돌고 3루 작전코치인 정동진 감독님을 얼싸안고 좋아하는 모습은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나의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정동진 감독님과의 첫 만남은 1975년 대구상고 1학년 시절이었다. 대구상고 1학년부터 정식으로 포수를 하고부터 내 마음속에 늘 동경했던 분이 정동진 감독님이다. 왜냐하면 늘 선배들로부터 들었던 이야기가 “대한민국 최고의 포수는 정동진 선배다.” 특히 대구상고는 역대 훌륭하고 좋은 포수가 많이 나오는 학교다. 대구상고에 비해 경북고등학교 또한 역대로 훌륭하고 뛰어난 투수들을 많이 배출 시킨 학교다.


예전 6 - 70년대 시절에는 우리나라 고교야구가 지금의 한국프로야구 보다 더 열광적이었고 인기가 많았던 시절이다. 그런 시절에 고교야구하면 대구였다.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대구상고였고 대구상고 최대의 라이벌 팀은 그 당시 경북고등학교였다. 두 팀이 전국대회에 참가하면 두 팀 중에 한팀이 우승할 정도로 정말 잘했다.


고등학교 1학년 시절 대통령배 대회를 위해 서울 올라갈 때 정동진 감독님이 대구상고가 묵고 있던 숙소에 직접 찾아오셨다. 숙소로 찾아와 감독님이 가장 아끼던 미트를 아낌없이 나에게 선물로 주셨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잊을 수 없었던 감독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 열심히 해서 훌륭한 선수가 되어야 한다. “ “ 내가 가장 아끼는 미트를 선물하는 것은 최고의 포수가 되어야 한다 “ “ 대구상고 명예를 걸고 좋은 성적을 내어라 “ 어느덧 많은 시간이 흘러 감독님은 80을 바라보게 되었고 나는 70을 바라보며 달려가고 있다.


대구상고 1학년부터 포수를 시작하고 우리나라 역대 최고의 포수는 정동진 감독님이라는 것을 알고부터 늘 동경해 왔고 또 감독님을 닮아 가고 싶었던 고등학생 시절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 간다. 야구를 늦게 시작한 나는 모든 것들이 다 미숙하고 배울것들이 많았다. 특히 어린시절부터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한 포수였기에 감독님이 대구상고 처음 부임했을 때 (고등학교 1학년 말에 대구상고로 부임하셨다) 그야말로 천군만마를 만난 기분이었다.


많은 세월이 흘러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야구인생을 바꾸게 했던 첫 스승님은 정동진 감독님이다. 1학년 말 대구상고로 부임하고부터 나의 야구인생이 새롭게 눈뜨게 되었다.


지금도 잊을 수가 없었던 감독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국내최고의 명포수로 활약했던 감독님이 처음 나를 불러서 질문했던 말씀이 “ 야구일지 쓰냐? “ “ 야구 끝날 때까지 야구일지는 꼭 써라 그리고 죽을 때까지 일기는 매일 쓰도록 해라 “ 존경하던 감독님의 말씀에 그날 이후부터 지금까지 50년 가까이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기와 야구일지를 쓰고 있다. 이제 현장을 떠나 야구일지는 매일 쓰지 않지만 일기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런 좋은 습관을 갖게 해주신 감독님 덕분에 현장에서 나와 지금까지 대한민국 전국과 해외로 다니면서 강연하고 있다. 좋은 습관을 가지게 해 주신 정동진 감독님께 평생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야구일지와 일기뿐만 아니라 운동으로 인해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또 다른 사람의 인생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운동선수여도 다른 사람의 인생을 알 수 있는 것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 책이었다. 그래서 아내는 늘 책을 가까이 하라며 결혼하고 지금도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도 대한민국 전국과 해외로 다니면서 야구를 전파하고 또 수많은 사람들에게 강연할 수 있었던 것은 앞서 실천하신 감독님 덕분이다. 감독님은 야구를 통해 늘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또 평생 정직하고 바르게 살아가신 분이다. 늘 강조하는 이야기지만 언행일치 하시는 분이 바로 정동진 감독님이다.


감독님의 주옥 같은 한마디 한 말씀이 나의 야구인생을 새롭게 했고 또 세상을 살아가는데 지침서가 되었다. 감독님과 나와의 나이 차이는 띠 동갑이다. 강인하셨던 감독님이 이제 연세가 많이 드셔 예전 같은 건강한 몸이 아니라 많이 쇠약해 지셨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예전 고등학교 시절에 우리들에게 가르쳤던 강인한 정신력과 야구에 대한 열정 만큼은 비록 몸은 많이 쇠약해 졌고 또 예전 갖지 않으셔도 감독님의 인생 철학과 야구 철학 만큼은 지금도 흐트러짐 없이 언제나 한결 같으신 분이다.


나의 어린시절부터 갖고 있던 교훈은 “공든탑이 무너지랴“ 마음으로 야구를 시작했다면 정동진 감독님을 만나고부터 “ Never ever give up “ 자세로 지금까지 달려왔다. 그리고 현장을 떠나 가장 편안한 노후를 보내도록 좋은 습관을 만들어 준것은 책이다. 지금도 좋은 책을 보면 밤을 지새우며 하루 만에 다 볼 때가 있다. 그 덕분에 요즈음도 하루 하루 편안하고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