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의 야구 이야기] 루앙프라방 최초의 선수 칸
  • 박희윤 기자
  • 승인 2024.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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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프라방 Red Rider 팀의 손사랑 감독과 함께(사진_헐크파운데이션)
루앙프라방 Red Rider 팀의 손사랑 감독과 함께(사진_헐크파운데이션)

오늘은 라오스 루앙프라방 Red Rider 팀의 손사랑 감독이 작성한 글을 소개해 드립니다.

우리 루앙프라방 수파누봉 국립대학교 야구팀은 10월 18일에 창단한지 1년이 되는 작은 야구 팀입니다.

아직 야구가 어떤 스포츠인지 아무것도 모르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모여 팀을 이루고 소똥이 가득한 학교 대운동장에서 땀을 흘리며 훈련을 한지 어느덧 1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은 그 어떤 야구선수 못지 않습니다.

저희 야구단의 멤버 몇명을 소개하겠습니다.

‘칸’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평소처럼 학교 강의가 끝나고 학생들이 야구 연습을 하다가 칸이라는 친구가 야구공에 얼굴을 맞았습니다.

루앙프라방 최초의 야구선수 칸(사진_헐크파운데이션)
루앙프라방 최초의 야구선수 칸(사진_헐크파운데이션)

저희 야구팀에서 처음있는 일이었고, 라오스 친구들도 야구공에 대한 조심성이나 위험성을 잘 인지하지 못하던 때라 모두 많이 당황하였습니다. 하필 눈 주위를 맞아 칸의 눈은 충혈되었고 눈 두덩이는 시퍼렇게 멍이 들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라오스는 의료시설이 열악하기 때문에 저희는 칸을 데리고 병원 이곳 저곳을 전전하다가 X-레이 촬영이 가능한 중국 병원에 가서 뼈에 이상이 없는지 이것저것 검사를 하였습니다.

크게 다치지 않았다는 의사의 이야기를 듣고, 주사와 약을 처방받고 칸이 집에 간뒤에야 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집에 간뒤에 아내와 이야기를 하면서 앞으로 칸이 야구 훈련에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과 칸과 학생들이 모두 많이 놀래서 야구에 대해 선입견을 갖으면 어떻게 하지... 라는 많은 생각과 걱정들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감사하게도 칸은 시퍼렇게 멍이든 얼굴로 야구 훈련을 나왔고 그 이후로 한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제일 열심히 하였습니다.

루앙프라방 최초의 야구선수 칸(사진_헐크파운데이션)
루앙프라방 최초의 야구선수 칸(사진_헐크파운데이션)

어느 날 제가 급한 일이 있어 매주 금요일마다 비엔티안에서 루앙프라방까지 기차을 타고 올라오시는 이준영 감독을 기차역까지 마중가지 못했는데 놀랍게도 시퍼런 눈을 한 칸이 오토바이를 타고 감독님을 기차역 앞에서 기다렸다가 픽업을 해주었습니다.

그날밤 저는 칸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야구공 때문에 다쳤는데도 야구 훈련에 꾸준히 나와서 정말 고맙다고. 그런데 너는 왜 야구훈련에 계속 나오는거니?'

그러자 칸의 대답은, 자기는 원래 야구라는 스포츠를 전혀 알지도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이곳에서 훈련을 받으면서 이 시간이 너무 즐겁고, 자신이 루앙프라방 최초의 야구단에 속한 선수라는 것이 정말 감사하고 자부심이 생겨서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훈련을 하고 싶다고 말하였습니다

[글 /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