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떼들과 함께 야구하다 >
루앙프라방 수파누봉 국립대학교 야구단 '레드라이더‘는 이제 창단된지 1년 밖에 안 된 야구팀입니다. 처음 라오스 야구협회 캄파이 회장이 라오스 북쪽지역에도 비엔티안과 같은 야구팀이 창설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루앙프라방 수파누봉 국립대학교에도 야구팀을 창단해 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그때 비엔티안의 라오제이브라더스 지인으로부터 권면으로 제가 루앙프라방지역의 야구팀을 맡게 되었습니다.
저는 루앙프라방 지역에 오래동안 거주하면서 이땅을 위해 꼭 필요한 일들을 하고 싶었는데 처음 제의를 받고 난 뒤에 야구의 '야’자도 모르는 이곳 청년들에게 과연 야구를 보급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 막막하였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라오제이브라더스의 경기나 행사에도 따라다녀 보면서 많이 배우고 느끼면서 더욱 용기를 얻어 루앙프라방에 야구팀을 창설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야구팀을 모집했을 때 아무도 야구라는 스포츠 종목을 본적도 들은적도 없어서 무척 애를 먹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처음 5명의 학생이 모집이 되었고, 그렇게 창단식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곳 루앙프라방에는 야구공이나 야구 장비를 파는 곳이 한군데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더욱이 야구 연습장이 따로 없어서 학교 대운동장에서 풀을 뜯어먹는 소떼들과 함께 그리고 소똥을 피하면서 야구 연습을 해야했습니다. 학교에서 행사가 있는 날이면 대운동장에서 훈련을 할 수 없게 되어 학교 기숙사 앞의 작은 공터에 널려있는 학생들의 빨래들 사이에서 연습을 해야했습니다.
특히 비가 오는 날은 아예 훈련을 할 수 조차 없어서, 빈 강의실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빈 강의실이 있으면 그곳에서 야구 규칙이나 이론등을 가르쳐야 했습니다. 장비도 마땅히 없어서 어떤 날은 학생들이 직접 그물을 사고 용접을 하며 훈련에 필요한 도구들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그누구도 불평하지 않고 오히려 이 모든 과정을 즐기고 즐거워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창단된지 얼마 되지 않은 저희팀이 대회를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그때 수도인 비엔티안에 가야했기 때문에 학생들과 함께 기차를 타고 비엔티안에 가게 되었습니다. 알고보니 2명을 제외한 모든 학생이 기차를 처음 타보는 것이었고, 수도인 비엔티안에도 처음 가보는 것이었습니다. 저희들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비엔티안 대회에 참가하였고, 학생들은 이런 기회를 통해 더 큰꿈을 꾸고 큰 세상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학생들에게 감동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몇달 전 저희가 잠깐 한국에 일정이 있어서 한국을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중국에서 태풍의 피해가 심각해 메콩강의 댐의 문을 열어 물을 방류하였습니다. 그 피해로 중국의 아래에 있는 라오스의 메콩강변 지역은 마을이 통째로 잠기는 일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우기철이라 비가 그치지 않아 홍수피해는 컸습니다. 그때 한 학생이 저희에게 지금 이웃이 홍수로 피해를 봐서 집이 모두 잠겼는데 우리 학생들이 함께 도와주면 어떠하겠냐는 것입니다. 저희는 바로 루앙프라방에 돌아와서 홍수피해를 돕기 위해 모금운동과 생필품을 모집했습니다. 그리고 홍수피해 지역에 필요한 이불, 모기장, 쌀, 라면 등등을 사서 피해 마을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그 마을이 도시에서 한참가야했고, 마을로 돌아가는 도로가 모두 홍수로 인해 길이 엉망진창이 되었습니다. 양옆에는 낭떠러지었고 저희의 차는 진흙속에 파묻히고 미끄러지고... 더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홍수피해 마을을 바로 앞에 두고 우리 학생들의 안전도 중요하니 마을 초입에 있는 시청에다가 물품을 맡기고 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번일로 저희가 이 친구들에게 열심히 선한 영향력을 전해주려고 노력했는데, 어느순간 이 학생들이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스스로 앞장을 서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더욱 이 친구들에게 좋은 감독, 좋은 이웃, 좋은 친구가 되기로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