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김수연 선수를 아시나요? >


제주도에 내려온지 3일째 되는 날 평생 해오던 나의 루틴 대로 새벽 4시에 일어나 기도와 성경 읽고 새벽운동하러 나갔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리커버리 선수들과 함께 제주도에 두번째 내려왔다.


이날도 어김없이 이른 새벽부터 아름다운 서귀포 바닷가를 걸으며 운동하러 나갔다. 육지인 인천에서는 볼 수 없는 수많은 별들을 보며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우리가 묵고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항구가 있다.


작년에 처음 왔을 때부터 이른 새벽시간부터 항구로 나가 남들이 다 잠드는 시간에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는 사람들과 또 이른 새벽에 좋은 고기를 도매로 사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배가 들어오는 항구로 모인다.


이날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는 항구 쪽으로 걸으면서 옛날 추억에 잠긴다. 현역시절 나는 게임이 잘 풀리지 않거나 멀리 원정경기 갔다가 새벽에 대구에 도착하면 내가 늘 가던곳이 있다. 그곳은 대구의 '칠성시장'이다. 이른 새벽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칠성시장'에 몰려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멀리 시골이나 타 지방에서 올라온 물건들을 밤새도록 정리하다보면 이른 새벽시간이 될 때가 많다. 그 시간에 맞추어 발빠른 상인들이 조금이라도 더 좋은 물건이나 싼 값으로 사기 위해 경매에 들어가는 것을 사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온다. 음식업을 하는 사람들은 단골집으로 가서 미리 주문한 물건을 받으러 간다.


평소에 하던 대로 이른 새벽시간에 항구 쪽으로 걸어가면서 곧바로 잡은 생물을 보기 위해 구경하고 있는데 누군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인사하는 것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누구인지 잘 몰랐다. 잘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본인이 누구인지 소개하는 것이다.


저는 '김수연입니다'라며 인사하는 것이다. 천안북일고 나오고 곧바로 1996년 2차 5라운드 전체 36번째로 한화 이글스 팀에 입단할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는 야구선수였다. 어두컴컴한 이른 새벽시간에 인사를 하니 잘 몰랐다. 거기다가 선수시절만 해도 근육질의 늘씬한 체격을 갖고 있었는데 현장에 나온지 거의 20년이 되어가는지 현역시절에 갔고 있던 몸매보다 살이 조금 더 쪘다.


새벽운동하러 가는데 김수연 후배가 궁금해 다시 되돌아와 김수연 선수와 와이프 그리고 어머님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너무 궁금한 것들이 많아 그 짧은 시간을 이용해 많은 것들을 물어 보았다.


김수연 선수의 말에 의하면 1996년부터 2008년까지 한화 이글스 팀에서 선수생활 하다가 곧바로 제주도로 내려와 지도자생활 조금하다가 어머님이 몸이 불편해 평생 해오시던 가업을 김수연 선수가 이어 받았다.


어린시절에는 아버님이 배를 두척이나 갖고 있어 운동하는데 아무 불편함 없이 운동을 열심히 잘 할 수 있었단다. 연로하신 어머님이 힘드시게 일하시는 것을 보며 큰아들인 김수연 선수가 가업을 이어 받아 제주도 서귀포로 내려와 어느덧 20년이 되어 간다고 한다.


지금은 배 한척만 갖고 1년 365일 일 한다고 한다. 물론 배가 멀리 40일 동안 나가 있을 때는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젊은 시절 평생 운동만 하던 김수연 선수가 연로하신 어머님의 가업을 이어 받아 처음 했을 때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들었다고 한다.


지금도 나에게 '야구할 때가 가장 좋았다'며 이야기 한다. 그리고 자기가 하는 일은 직접 배는 타지 않지만 고기 잡은 것을 매일 이런 새벽에 팔 때는 아내도 함께 나와 일을 한다고 한다. 김수연 선수도 이른 새벽 4시 30분에는 매일 나와 밤새도록 잡은 고기를 좋은 경매에 팔기 위해 아내와 일을 한다.


김수연 후배도 어느덧 이 일이 베테랑이 될 정도로 수협장에서 알아주는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후배의 말에 의하면 자기 배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도매상들이 배 이름과 배 주인의 이름만 믿고 고기를 사 간다고 한다.


제주도하면 은갈치다. 배에서 곧바로 나온 생물 갈치는 너무 아름답고 먹음직스러워 군침이 다 돈다. 어머님이 평생 큰아들을 위해 힘들게 운동시키다가 아들이 야구를 그만 두었을 때의 아련한 마음은 세월이 많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모양이다.


어머님이 큰아들이 자랑스러운지 나에게 김수연 선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신다. 옆에서 듣던 후배가 민망한지 어머님께 그만 하라며 이야기 한다. 나는 어머님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나또한 자식을 키우고 손자까지 있다보니 부모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이제서야 조금 알 것 같다.


무엇보다 이른 새벽부터 남편과 함께 항구로 나와 열심히 뛰어 다니는 남편을 보며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랑스러워하는 아내가 '남편이 너무 좋단다'. 물론 화려하고 수많은 팬들이 열광하는 야구장이 아닌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아무도 찾지 않는 항구에서 열심히 일하는 남편이 처음에는 많이 힘이 들고 어려웠을 것 같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생각이다.) 후배의 말에 의하면 프로야구 선수들의 연봉보다 더 많이 팔 때도 있고 또 수입을 올릴 때도 있단다.


그런데 막상 김수연 후배의 와이프와 이야기 나누었을 때는 나의 생각과는 정 반대로 '남편이 열심히 일하는 지금의 모습이 더 멋지고 좋단다'. 그런데 깜짝 놀란것은 김수연 후배의 외동아들이 20살이란다.


운동해서 그런지 아직도 몇살 되어 보지 않는데 20살의 아들이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들도 열심히 사는 아빠의 모습을 보며 아빠를 많이 자랑스러워 한단다.


김수연 후배와 좀더 많은 시간을 갖고 이야기 나누고 싶었지만 서로 바쁜 시간으로 인해 다음에 만나 많은 이야기 나누자며 헤어졌다.


야구현장에서 나온지 어느덧 나도 만 10년이 되었다. 야구현장에서 나와 수많은 선배들이나 후배들을 새로운 모습으로 만날 때가 있다. 물론 거기에는 훌륭하게 잘 되신 분들도 있고 아직도 힘들고 어렵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선,후배도 있다.


김수연 후배가 젊은 시절 평생 야구만 하던 선수가 삶의 다른 현장에 나와 이렇게 새로운 길을 걸아갈 수 있다는 것을 수많은 야구인들이나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자부심을 갖고 있음에 야구인 선배로서 김수연 후배가 자랑스럽기만하다.


나 또한 나의 자리에서 야구인 후배들이나 선배들 그리고 세상 사람들에게 나의 삶을 부끄럽지 않도록 나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남은 인생을 살아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