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적의 ‘7-2 방정식’…2026 WBC 호주전이 남긴 위대한 유산 >

불가능에 도전한 ‘7-2 방정식’…“이것이 우리네 인생”

8강 진출에 주어진 가혹한 숙제…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

벼랑 끝에서 되살아나는 대한민국의 저력…위대한 유산으로 남을 투혼

이번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필자에게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듯하다. 야구인으로서 평생을 그라운드에서 보내며 숱한 승부를 지켜봤지만, 이번 대회만큼 온 가족이 TV 앞에 모여 가슴을 졸였던 적이 있었을까. 현역 시절과 지도자 생활을 묵묵히 지켜봐 준 아내와 큰아들은 정작 긴장감을 견디지 못해 매 회 결과만 물어보며 거실 주위를 맴돌았다. 마운드 위 선수들이 짊어진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그들도 곁에서 보며 몸소 느껴왔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9일 열린 호주와의 최종전은 그야말로 ‘바늘구멍’을 통과해야 하는 형국이었다. 8강 진출을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는 가혹했다. 반드시 5점 차 이상으로 승리해야 하며, 동시에 실점은 2점 이하로 막아야 한다는 이른바 ‘7-2 방정식’을 풀어야만 했다.

야구인이라면 누구나 이 수치가 얼마나 달성하기 어려운 것인지 잘 안다. 현대 야구에서 단 1점의 추가 실점이나 득점 부족으로 모든 확률이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상황은, 선수들에게는 숨조차 쉬기 힘든 압박이다. 누군가는 불가능하다고 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기적만을 바라야 한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컴퓨터가 계산한 것처럼 정확히 '7대 2'라는 점수를 전광판에 새겨 넣었다. 그 어떤 드라마 작가도 이토록 완벽한 반전의 서사를 써 내려가기는 힘들 것이다.

이날의 승리는 기술적 성장을 넘어 대한민국 특유의 국민성을 다시금 확인시켜준 경기였다. 우리 민족은 전통적으로 벼랑 끝에 섰을 때, 혹은 도저히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난제 앞에서 잠재된 능력을 폭발시키곤 한다. 탈락 직전의 중압감 속에서도 우리 선수들은 평소보다 더 정교한 기량을 발휘했다. 오히려 이전에 탄탄한 전력을 뽐내던 호주 선수들이 한국의 기세에 눌려 경직된 플레이를 일삼는 것을 보며, 승부의 기운이 이미 우리 쪽으로 넘어왔음을 직감했다.

경기 내내 긴장을 늦추지 못하던 아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이것이 바로 우리들의 인생이란다.” 스포츠는 인생의 축소판과 같다. 계산기 위에서는 불가능해 보여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할 때 기적은 비로소 실현된다. 주장 이정후 선수가 요기 베라의 명언을 인용하며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동료들을 독려하던 모습은, 이 시대에 필요한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물론 전 세계가 참으로 고된 시기를 지나고 있다. 비록 수많은 경우의 수와 확률이 얽힌 복잡한 상황이었지만, 결국 승리를 일궈낸 힘은 정교한 계산보다 뜨거운 정신력과 서로를 믿는 동료애에서 나왔다. 이토록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결코 좌절하지 않고 그라운드 위에서 증명해낸 선수들의 투혼은, 이제 단순한 승리 기록을 넘어 국민의 가슴속에 남을 위대한 유산이 되었다. 2026 WBC 호주전이 남긴 ‘7-2’라는 숫자는, 우리가 인생이라는 거대한 경기장에서 맞닥뜨릴 수많은 불가능을 어떻게 돌파해야 하는지 말해주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필자 또한 평생 야구인으로 살아왔음이 이토록 자랑스러운 날이 없었다. 대한민국 야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우리의 인생 또한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