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소외 청년 향한 이만수의 선한 영향력 “야구가 인생 바꾼다.” [엠스플 인터뷰]
입력2020.08.29. 오전 7:00
-‘라오스 야구 전도사’ 이만수 전 감독, 이제 소외 청년·베트남까지 야구 전도
-“취지 좋은 리커버리 야구단에 감명, 유니폼을 입으면 다 똑같은 청년들”
-“라오스 옆 베트남에도 야구 전도 계획, 코로나19로 직접 못 가는 게 아쉽다.”
-“야구로 많은 사람 인생 바꿀 수 있어, 야구인으로서 보람찬 느낌이다.”
헐크파운데이션 이만수 이사장은 최근 아마추어 전국대회가 열린 목동구장에 나타나 학생 포수들의 기량을 꼼꼼하게 점검했다. 제4회 이만수 포수상 후보들을 살펴보기 위해 직접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이 전 감독은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아마추어 현장을 더 많이 다니지 못해 아쉽다”라며 야구를 향한 진한 애정을 내비쳤다.
이 전 감독은 ‘라오스 야구 전도사’로 이미 유명하다. 야구 불모지 라오스에서 이 전 감독은 라오브라더스 팀을 직접 창단하고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까지 참여했다. 거기에다 라오스 최초의 공식 야구장 설립이라는 꿈까지 이뤘다.
야구를 향한 이 전 감독의 끝없는 애정은 라오스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 전 감독은 최근 국내 소외 청년들이 함께 야구하는 리커버리 야구단 창단에 도움을 주고 그들이 참가하는 5149리그 총재직을 맡았다. 또 라오스 바로 옆에 위치한 베트남에서 야구 보급도 이 전 감독의 새로운 도전이다.“야구가 있다면 어디든 달려가겠다”라며 쉼 없는 열정을 내뿜는 이 전 감독의 얘길 엠스플뉴스가 직접 들어봤다.
제4회 이만수 포수상 준비하러 목동에 나타난 헐크 "기대 이상 기량에 만족"
8월 열린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를 직접 보러 나타난 이만수 전 감독(사진=헐크파운데이션 제공)
최근 목동구장에 나타나 학생선수들을 꼼꼼하게 점검하는 사진을 봤습니다.
연말에 열리는 제4회 이만수 포수상 준비를 위해 목동구장에 찾아갔습니다. 평소 아마추어 현장을 자주 가는 편인데 코로나19 사태로 올해는 학생선수들과 자주 못 만났어요. 전국대회가 다행히 열려 아마추어 감독들과 프로 스카우트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죠.
성에 차는 포수가 조금 보였습니까.
후보 리스트에 있는 포수들의 플레이를 봤는데 기대 이상으로 더 잘했습니다(웃음). 점수를 잘 매기고 있는데 코로나19 사태라도 내가 부지런하게 돌아다니면 되니까 큰 문제는 없을 듯싶네요. 틈틈이 전국대회를 찾아가 이만수 포수상 준비를 잘해야죠.
최근 학창 시절 학교 폭력 사건으로 1차 지명 철회가 이뤄진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야구계 선배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크겠습니다.
학교 폭력 사건은 나올 때마다 정말 안타깝습니다. 결국, 우리 선배들이 본보기를 잘못 보여준 겁니다. 방망이로 때리고 맞는 시대에 야구를 했잖아요.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를 보여줘야 하는데 결국 후배들이 선배들을 보고 나쁜 걸 배우는 거죠. 저도 이번 사건에 대해 야구계 선배로서 정말 미안하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리커버리 야구단 인연 닿은 이만수 전 감독 "소외 청년들에게도 희망을"
다른 얘기로 화제를 돌리면 사회적으로 소외된 청년들을 모아 운영하는 ‘리커버리 야구단’에 큰 도움을 줬다고 들었습니다.
지난해 바하밥집 김현일 대표와 만났는데 소외 청년들을 모아 리커버리 야구단을 만들었다고 얘길 들었습니다. 전국적으로 리커버리 야구단들이 만들어지길 바라는 소망이 있던데 정말 좋은 취지라고 생각해 같이 힘을 모으자고 했어요.
‘고립에서 자립으로’라는 리커버리 야구단의 구호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겉으로 무언가 어두운 티가 나는 선수들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에 나가는 순간 그런 소외 청년들이 있는지 전혀 몰랐어요. 야구 유니폼을 입는 순간 모든 사람이 똑같이 보이는 거죠. 선수 절반 이상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들었는데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한 팀’이라는 소속감 덕분인지 ‘나는 부족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없더라고요. 정말 좋은 취지에서 잘 만들었습니다.
엠스플뉴스가 리커버리 야구단과 관련해 보도한 ‘“야구가 날 은둔에서 광장으로 이끌었다”…외톨이 청년들의 변신’ 제하 기사에서 나온 황승정 씨는 “존경하는 이만수 감독님의 등번호를 따라 달았다”라며 감사함을 거듭 표했습니다.
그 친구의 사연을 들어보니까 야구로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더라고요. 야구를 시작한 뒤 먹던 약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단 얘길 듣고 야구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더 느끼게 됐습니다. 야구인으로서 정말 보람을 많이 느꼈고요. 야구를 정말 잘하던데 만약 어릴 때부터 야구 선수를 했다면 정말 훌륭한 선수가 됐을 겁니다.
라오스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야구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게 보기 좋습니다.
제가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베네수엘라의 빈민층 아이들을 위한 무상 음악교육 프로그램) 얘길 듣고 라오스에서 야구로 힘을 주자고 결심했습니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한국에서도 그런 일을 하고 싶었는데 마침 리커버리 야구단이 딱 그 기회였어요. 야구로 많은 소외 청년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겁니다.
라오스 이어 베트남까지, 헐크의 선한 영향력은 계속
최근 라오스 옆에 있는 베트남에서도 야구 전파에 힘쓰고 있단 얘기도 들립니다.
지난해 11월 말에 라오스 야구팀을 이끌고 베트남 야구팀과 국가대항전을 펼쳤습니다. 거기서 한인 국제학교 체육 교사인 이장현 선생님께서 ‘베트남 야구도 라오스 야구처럼 키워달라’고 부탁하시더라고요. 처음에는 라오스에 우선 집중해야 하니까 거절했는데 베트남 정부에서도 같이 해보자고 제안이 오더군요. 베트남이 라오스 바로 옆이니까 왔다 갔다 하며 도움을 주기로 했습니다.
베트남의 야구 인프라는 어느 정도입니까.
맨땅에서 시작했던 라오스보단 꽤 야구 인프라가 구축된 편입니다. 아무래도 베트남엔 한국과 일본 기업들이 꽤 들어와서인지 야구를 조금씩 접하고 있더라고요. 하노이 도시에만 야구하는 선수들이 2,000여 명 있다고 들었습니다. 한국 사회인 야구처럼 도시마다 클럽팀들이 있고요. 공식 규격 야구장은 하노이에 하나 있고, 정부에서 땅을 제공해 새로운 야구장을 2~3개 정도 더 만들려는 분위기입니다.
축구 인기가 압도적인 베트남인데 야구에 관심을 보이는 건 의외입니다.
저도 베트남 정부에서 야구에 그렇게 많은 관심을 보여줄 줄 몰랐습니다. 미국과 친한 편이 아니지만, 야구 붐을 일으킬 생각이 있더라고요. 또 베트남이 라오스의 큰 형님이라고 하던데 형제들끼리 야구로 교류할 수 있으면 좋은 거니까요. 베트남 정부에서 저에 대해 많이 조사한 듯싶은데 라오스 야구 얘길 듣고 믿음이 많이 생겼나 봅니다(웃음).
코로나19 사태로 바닷길을 건너가지 못해 아쉬움이 크겠습니다.
자가 격리 2주 때문에 통화로만 계속 소통해 답답한 면이 큽니다. 우선 베트남 야구협회장이 선임됐고, 어느 정도 기본적인 토대는 다 세운 환경이에요. 일주일에 4~5번 전화와 메신저를 통해 회의하고 조언을 건네고 있죠. 국가대표 선수를 뽑을 때도 많은 도움을 주기로 했습니다.
베트남까지 헐크의 선한 영향력이 미치는 게 정말 대단합니다.
라오스를 포함해 베트남과 태국, 그리고 캄보디아와 미얀마 등 인도차이나반도에 있는 다섯 나라에 야구를 보급하는 게 제 인생 마지막 꿈입니다. 라오스 옆에 베트남이 있으니까 차근차근 꿈을 이루고자 재능 기부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야구가 있다면 어디든 달려가는 게 헐크 이만수 아니겠습니까(웃음).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