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넘어 베트남까지, 국경 넘나드는 헐크의 야구 발자국 [엠스플 이슈]
입력2020.12.23.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 베트남야구협회 설립 승인에 도움
-“베트남 정부 측과 A4 용지 700장 주고받아, 승인 자체가 기적이었다.”
-“인도차이나반도 야구 보급 꿈 계속 이어갈 것, 다음은 미얀마 생각 중”
-2020 이만수 포수상 수상자 손성빈과 인연도 화제 “지도자 말 한마디 중요성 다시 깨달아”
[엠스플뉴스]
라오스에 이어 베트남까지 ‘헐크’의 발자국이 찍혔다. 헐크파운데이션 이만수 이사장이 베트남에도 또 다른 야구 씨앗을 뿌렸다. 베트남야구협회 설립에 큰 도움을 준 이 이사장은 코로나19 상황에도 베트남까지 직접 날아가 재능 기부를 펼칠 계획이다.
헐크파운데이션은 12월 18일 한국인들이 주축인 ‘베트남 야구 발전 지원단’(이하 지원단)이 베트남 정부로부터 야구협회 설립을 공식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지원단은 2018년부터 뜻을 함께하는 한국인들이 모여 베트남 야구 보급과 야구협회 설립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지원단은 베트남 야구협회 설립을 위해 이만수 이사장에게 도움을 요청한 바 있다. 라오스에 야구를 보급하며 라오스 야구협회 설립과 아시아경기대회 참가 등 동남아 야구 전파 비결을 보유한 이 이사장은 지원단의 도움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다.
이 이사장은 “인도차이나 5개국에 야구를 보급하는 게 내 삶의 마지막 꿈이었다. 이번 베트남 야구협회 창립을 위해 많은 분이 오랫동안 노력하셨다. 나는 그저 버팀목 역할만 해줬다”라며 베트남야구협회 설립 소회를 밝혔다.
엠스플뉴스는 이만수 이사장에게 라오스에 이어 베트남에도 또 다른 야구 씨앗을 뿌린 뒷얘기와 2020년 이만수 포수상 개최를 앞둔 기대감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 베트남 정부 측과 주고받은 A4 용지만 700페이지, 이만수 이사장 노력 숨어있었다 -
베트남에도 또 다른 야구 씨앗을 뿌렸습니다. 베트남야구협회 설립이 정부로부터 승인됐다고 들었습니다.
라오스 때처럼 기적이 일어난 겁니다(웃음). 현지에 계신 지원단들이 고생하신 일에 저는 숟가락만 얹었을 뿐이죠. 코로나19 상황이 있지만, 내년 1월 중순께 베트남으로 들어가려고 해요. 베트남야구협회 임원 자격으로 설립 승인 행사에 참석하려고 합니다.
베트남야구협회 설립을 위해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현지에서 지원단이 노력한 시간은 몇 년이 넘었습니다. 저는 딱 1년 전 라오스 야구대표팀을 이끌고 베트남에서 국가대항전을 치른 뒤부터 도와드렸어요. 당시 베트남 한인 국제학교 체육 교사인 이장현 선생님께서 ‘베트남 야구도 라오스 야구처럼 키워달라’고 부탁하시더라고요. 처음에는 라오스에 우선 집중해야 하니까 거절했는데 베트남 정부에서도 같이 해보자고 제안이 오더군요. 베트남이 라오스 바로 옆이니까 왔다 갔다 하며 조금이나마 도움을 줬습니다.
베트남 정부의 협회 설립 승인을 받기도 쉽지 않은 과제였겠습니다.
베트남 정부 측과 협회 설립 승인 때문에 주고받았던 A4 용지만 700페이지가 넘을 정도입니다(웃음). 게다가 베트남 정권이 바뀌는 시기라 더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협회 설립 승인이 나왔어요. 기적이라는 표현밖에 안 나오네요. 동남아에선 일본의 영향력이 커요. 야구 보급만큼은 라오스도 그렇고 베트남에서도 일본에 빼앗기기 싫었습니다.
베트남 야구 발전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바라보고 있습니까.
베트남은 라오스와 비교해 인프라와 인구수에서 앞서니까 성장 가능성이 더 크다고 봅니다. 고령화가 진행되는 한국과 다르게 베트남에선 젊은 청년 인구가 더 많아요. 베트남 국기는 축구지만, 야구를 같이하게 된다면 빠르게 인기를 얻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실제로 하노이에선 야구 붐이 일어나고 있어요. 온라인에서 야구 영상을 즐겁게 보고 배우는 분위기입니다. KBO리그 경기 영상도 본다고 하네요.
- 라오스 이어 베트남, 그리고 다음은 미얀마, 헐크의 야구 씨앗 뿌리기는 계속 -
베트남에서 직접 야구를 가르치는 일도 기대되겠습니다.
사실 베트남야구협회에서 대표팀 감독 자리도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정식 감독은 안 한다고 했어요. 월급을 받고 싶지도 않고 그저 재능기부만 하겠다고요. 저는 인도차이나반도 야구 보급에 집중해야 하니까요. 베트남 선수들에게도 무료 재능기부를 다 해주려고 합니다. 대신 총감독 역할을 맡고요. 정식 감독은 젊은 한국인 출신 사령탑이 맡게 됐습니다.
어떤 한국 지도자인가요.
유재호 감독이라고 30살밖에 안 된 젊은 사령탑입니다. 투수 출신으로 LG 트윈스에 입단했던 경력이 있어요. 베트남 야구 보급이라는 좋은 뜻에 공감해 함께하게 됐습니다. 내년 1월에 호찌민에서 전국 야구 클럽대항전이 펼쳐져요. 저와 함께 유재호 감독이 가서 베트남 야구대표팀 선수 선발 심사를 하려고 합니다. 벌써 소문이 나서 대표팀 발탁 경쟁 분위기가 치열하다네요(웃음).
라오스 야구장처럼 베트남에도 새로운 야구장 건설이 진행될까요.
하노이에 규격 야구장이 하나 있는데 조금 작은 규모입니다. 베트남 정부에서 야구장 부지를 제공해준다고 해요. 한국 기업들이 야구장 건설에 나설 계획인데 하노이에 규격 야구장 2개 정도를 새로 짓지 않을까 싶어요. 실내 연습장도 함께 만들 예정입니다.
라오스에 이어 베트남까지, 인도차이나반도 야구 보급의 꿈을 점점 완성하는 단계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야구로 받은 사랑을 동남아 쪽에 계속 나눠주고 싶습니다. 인도차이나반도 국가들끼리 야구 국가대항전 대회를 여는 게 더 큰 꿈이에요. 라오스를 기점으로 그 꿈을 하나씩 이루고 있어 기쁩니다. 실제로 내년에 동남아 야구 국가대항전 대회를 실제로 개최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대회 개최가 무산돼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헐크가 야구 씨앗을 뿌릴 다음 장소도 궁금합니다.
태국은 예전부터 야구 인프라를 잘 갖췄고, 야구협회도 다 있더라고요. 태국과 베트남이 한국과 일본처럼 라이벌 관계인데 야구를 통해 뜨거운 맞대결을 펼치는 날이 오길 기대하고요. 개인적으로는 미얀마와 캄보디아 순으로 야구 보급을 이어가려고 해요. 특히 야구를 아예 안 하는 미얀마가 그다음 행선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 2020 이만수 포수상 수상자 손성빈, 재능 기부 인연이 이어진 놀라운 사연 -
이만수 포수상 얘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20년 이만수 포수상 수상자로 롯데 자이언츠 1차 지명 신인 포수 손성빈이 선정됐습니다.(2020년 이만수 포수상 시상식은 12월 22일 오후 2시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다)
8월 대통령기 고교야구대회 때 손성빈 선수의 플레이를 직접 지켜봤습니다. 이만수 포수상 수상자를 심사하려고 갔는데 프로구단 스카우트들이 입을 모아 ‘2020년 아마야구 최고의 포수는 손성빈’이라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직접 손성빈 선수의 플레이를 보러 목동구장에 갔는데 포수로서 수비 기본기와 송구 및 블로킹이 정말 뛰어났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인연이 또 있더군요.
어떤 인연인가요.
손성빈 선수가 신흥중학교 1학년 때 재능기부를 하러 온 저와 만났다는 겁니다(웃음). 전국 재능기부 때 하도 학생선수들을 많이 만나 잊고 있었는데 그때 기억이 나더군요. 당시 손성빈 선수가 눈이 나빠서 안경을 끼고 있었어요. 그때 제가 1990년대 일본 최고의 포수인 후루타 아쓰야처럼 최고의 포수로 성장하라고 격려했죠. 후루타도 안경을 끼고 뛴 포수였으니까요(웃음).
(후루타 아쓰야는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1990년부터 2007년까지 뛴 당대 일본 최고의 포수로 평가받는 선수다)
재능 기부로 이어진 인연이 이만수 포수상 수상까지 온 셈입니다.
손성빈 선수가 재능기부 당시 제가 했던 얘기를 다 노트에 적고 잊지 않았다고 말하더군요. 그 덕분에 계속 포수의 꿈을 이어왔다고요. 그런 인연이 정말 신기하고 기쁩니다. 양의지 선수의 뒤를 이을 만한 대한민국 포수 대형 유망주죠. 아울러 이번 일로 드는 생각이 있었어요.
어떤 생각입니까?
지도자의 말 한마디가 학생선수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저도 초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는다’라는 얘길 가슴에 담고 프로 무대까지 최선을 다해 뛰었습니다. 지도자로서 힘이 나는 한 마디를 해주는 게 학생선수들에게 훨씬 큰 나비효과를 일으키는 거죠. 말 한마디의 중요성을 한국 야구 지도자들이 다시 느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