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격적으로 던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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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격적으로 던져라 >

최고관리자 0 1,043 2024.06.24 05:40
< 공격적으로 던져라 >

몇년전 KBO 투수들이 유난히 볼넷을 많이 던졌던 해가 있었다. 그로인해 리그가 수준미달이라는 기사가 연일 쏟아졌다.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수많은 팬들이 “수준 떨어지는 경기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는 비난이 연일 이어졌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난다.

그해 KBO 기록에 의하면 시즌 전체 투수들의 이닝당 볼넷은 0.393개로 전해 같은 기간의 0.362개보다 많다며 대서특필로 기사화 되어 나왔다.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가? 그것은 근본적으로 기량이 떨어져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지도자들이 투수들에게 지도방법이 조금 잘못 되어 일수있다.

투수를 하여금 가장 중요한 것은 제일 먼저 한 가운데 던지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하지만 야구를 조금이라도 하면 가장 먼저 어려운 코너웍부터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투수들이 코너웍을 던지지 못하기라도 하면 지도자들이 가차 없이 선수들에게 야단을 치기 때문에 투수들이 어린 시절부터 주눅이 들 수 밖에 없다.

미국야구 투수코치들이 투수들에게 가장 많이 강조하는 부분이 공격적인 피칭을 하라고 늘 강조한다. 공격적인 피칭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선수들에게 각자 맡긴다. 얻어 맞아 보아야 투수들이 어떻게 공격적으로 던져야 한다는 것을 배우며 자란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어린시절부터 공격적으로 투수들이 타자들과 경쟁하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경기를 마칠 수가 있는 것이다. 주자가 루상에 나가기라도 하면 많은 견제구로 인해 시간이 지연 될 때가 많다. 투수는 타자와 경쟁하는 것이지 주자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SK 와이번스 팀에 나와 KBS TV '우리들의 공교시2'에서 배명고등학교 야구 동아리 선수들을 데리고 10개월 동안 감독을 맡아 선수들을 지도한 적이 있다. 순수하게 야구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학생들 대상으로 야구를 지도했던 적이 있다. KBS TV '우리들의 공교시2' 배명고등학교 '하늘로 쳐' 야구클럽 동아리들은 전문적인 엘리트 선수들이 아닌 공부하는 학생들이다.

이들 선수들은 전문적으로 야구를 배우지도 않았고 공을 어떻게 던져야 하는지도 모르는 선수들이다. 소위 엘리트라 불리는 전문선수가 아닌 선수들을 데리고 10개월 동안 함께 생활하며 이들에게 야구를 가르치면서 깨달은 것은 솔직히 내가 이들로 인해 이전에 잊고 있었던 야구를 새롭게 깨닫고 배우는 시간이었다.

배명고등학교에서 이들을 지도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라오스와 베트남 야구에 진심으로 대하지 못했었겠구나 싶다. 라오스 야구와 베트남 야구는 솔직히 초심으로 하나씩 하나씩 그들과 함께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배명고등학교 학생들을 가르칠 때 하나부터 다시 야구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했던 야구가 10개월이 지난 뒤에는 학생 야구 동아리에서 가장 잘하고 최강의 팀이 되었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야구를 배우면서 가장 많이 깨달은 것은 지도자들이 어린선수들에게 절대 어렵게 요구하거나 가르치지 않는다. 어떻게 해서라도 선수들이 이해하기 쉽고 알아 들을 수 있도록 반복 연습을 끝없이 시킨다.

그 중에 하나가 볼이 155킬로 던지는 어린 투수가 제구가 되지 않아 한 게임에 사사구를 무려 10개나 던져 게임을 이길 수가 없었다. 최고의 볼을 갖고 있음에도 사사구가 너무 많아 자기의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안타깝게 생각하던 감독이 메이저리그에 요청해 투수들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로빙코치'가 마이너리그에 내려왔다. 투수들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로빙코치가' 어린투수에게 경기할 때 코너웍 던지지 말고 무조건 얻어 맞아도 좋으니 한 가운데만 던지라는 명령을 내렸다.

스무살 밖에 되지 않는 어린투수가 메이저리그 투수들도 갖고 있지 않은 강한 어깨를 제대로 자기의 장점도 살리지 못하고 고민에 빠진 투수를 어떻게 해서라도 살리기 위해 마이너리그 감독이 메이저리그에 연락해 도움을 청했던 것이다. 미국에서는 '로빙코치'는 옛날 우리나라 '암행어사'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게임이 없는 날 불펜에서 피칭하려고 하는데 사람이 앉아 있지 않고 난데 없이 포수 앞에 '곰인형'이 달린 것이다. '로빙코치'가 어린투수에게 다른 것은 생각하지 말고 오로지 '곰인형'만 맞춘다는 생각을 갖고 던지라는 것이다. 타석에 들어선 타자도 생각하지 말고 포수도 생각하지 말고 오로지 곰인형만 맞춘다는 생각을 갖고 던져라는 것이다.

처음 몇개는 곰인형 마추기는 커녕 볼들이 엉망으로 날라갔다. 계속 '로빙코치'는 집중해서 곰인형만 맞춘다는 생각만 갖고 던지라는 것이다. 이렇게 몇십개 던지고서야 하나씩 맞추게 되었다.

다음날도 똑 같은 생각을 갖고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오로지 곰인형만 맞춘다는 생각을 갖고 던지라는 것이다. 이들 마이너리그나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시즌 때나 캠프 때 불펜에서 피칭할 때 많이 던지지 않는다.

이렇게 한달 동안 게임하고 불펜에서 다시 피칭하고 반복적으로 연습하고 게임하다보니 어느새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사구가 줄어드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이들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제구도 제대로 되지 않는 선수들에게 무리하게 코너웍 연습을 시키기 보다는 한가운데부터 던지는 연습을 시켰던 것이다. 또, 한가운데 던지다보니 아무리 160킬로 던지는 투수라도 얻어 맞는다는 것을 본인 스스로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본인이 깨닫고부터는 어떻게 던져야 안 얻어 맞는다는 것을 스스로 공부하게 된다.

이것을 알고 있던 나는 제일 먼저 배명고 투수들에게 불펜에서 피칭할 때 포수를 앉히지 않고 곰인형을 갖다놓고 투수들끼리 경쟁을 시켰다. 가장 많이 곰인형을 맞추는 투수에게 선글라스를 선물하기로 했다. 어린선수들이 프로야구 선수들이 끼는 선글라스를 준다고 하니 갑자기 선수들의 자세가 확 달라졌다.

배명고 투수였던 김민석 투수, 김홍재 투수, 신지환 투수, 안현욱 투수 4명이서 게임했는데 김민석 투수가 멋진 선글라스를 받았다. 이들과 같이 야구하면서 제구도 제대로 되지 않아 경기하면 사사구가 너무 많아 질 때가 많았다. 그렇게 했던 투수들이 경기할 때 어려운 코너웍을 생각하지 않고 한가운데 곰인형을 맞춘다는 생각을 갖고 던지기 시작하더니 사사구가 확 줄고부터는 중학교 엘리트 선수들과 경기해서도 크게 지지 않을 정도로 기량이 놀랍게 성장하게 되었다.

학생 야구에서 사사구가 적으면 경기는 당연히 질 수가 없다. 결국 점수를 주는 것이 사사구 때문이다. 이들 배명고등학생들과 함께 했던 약 10개월의 기간 동안 나의 삶에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시간들이다. ( 천항욱 선생님과 김영훈 선생님 그리고 20명의 선수는 나의 삶이 다하는 순간까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나의 인생에서 제자가 무려 20명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지금도 배명고등학교 야구동아리 선수들과 매년 만난다. )

마이너리그에서 제구도 제대로 되지 않던 투수가 몇년 뒤에 메이저리그에 올라가는 것을 왕왕 보게 된다. 예전 류현진 투수가 LA 다져스 팀에서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을 때 인터뷰 했던 이야기가 지금도 인상에 깊다. 류현진투수의 인터뷰에 의하면 볼넷을 줄 것 같으면 차라리 홈런을 맞겠다는 인터뷰를 들은 적이 있다. 류현진투수의 빠른 템포와 공격적인 스타일 그리고 적은 볼넷으로 인해 그해 유난히 많은 승리를 챙겼던 기억이 난다.

요즘 우리나라프로야구도 예전에 비해 불펜에서 많이 피칭하지 않는다. 점점 우리나라프로야구도 미국 메이저리그 스타일을 따라가는 추세다.

제구가 잘 되지 않는 투수가 있거나 아니면 밸런스가 흐트러진 투수가 있다면 담당투수코치가 직접 일대일로 불펜에서 만나 피칭하는 것이 아니라 타올이나 아니면 작은 나뭇가지 또는 지휘봉 같은 것을 손에 들고 셰도우피칭 시킨다. 이것 또한 많이 시키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피칭 하면서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끊임 없이 대화와 느낌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렇듯 많은 연습량을 위해 연습하기 보다는 게임에 필요한 요소들은 담당코치들이 연구하고 준비하고 설득하고, 선수들은 그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방법과 연습량을 선택하는 그런 과정들이 유기적이고 역동적으로 시즌 내내 이루어진다. 그래야만 선수들은 어떤 상황, 어떤 팀에서도 자기 야구를 할 수 있고, 게임 때 자신의 기량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프로야구도 야구장 환경이나 연봉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발전을 이룬 것만큼 연습에 대한 정의도 다시 한번 점검해 보고 최상의 게임을 위한 준비과정으로서의 연습방법들을 발전 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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