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가방 하나 들고 >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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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3 07:00
< 야구가방 하나 들고 >
현장을 떠난지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평생을 한 길로 달려왔던 내 삶은 이제 석양처럼 저물어가고 있지만, 그 빛깔은 여전히 나를 감싸며 나아가게 한다. 젊었을 때는 수많은 후회와 아쉬움이 떠올랐다. “그때 좀 더 노력했더라면, 그때 그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조금 더 지혜롭게 행동했더라면,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살았더라면...” 하지만 나이가 들고, 더 많은 것을 품을 수 있는 어른이 되다 보니, 그런 후회와 아쉬움이 결국 쓸모없는 집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이란 나이에 상관없이 언제나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존재다. 젊은 시절 하지 못한 일은 나이가 들었더라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죽는 날까지 실천하며 살아가면 된다.
나는 이제 70을 바라보는 나이다. 지금도 나를 지탱해 주는 가장 소중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야구가방, 또 하나는 손가방. 이 두 가방은 내 삶의 상징이자 동반자다. 현장에서 물러난 지금도 국내외를 오가며 이 가방들을 손에 꼭 쥔다. 그것들은 단순한 짐꾸러미가 아니다. 야구가방에는 나의 청춘과 열정이, 손가방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추억과 지혜가 담겨 있다.
내 인생의 또 다른 보물은 이른 아침의 찬란한 햇살과 석양의 아름다움이다. 중학교 1학년 때 야구를 시작하며 매일 새벽 햇살과 함께 하루를 시작했다. 지금은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석양을 바라보며 지나온 삶을 돌아본다. 아내와 함께 있을 때면 커피 한 잔을 들고 말없이 석양을 바라본다. 태양이 하루를 마무리하며 마지막으로 선사하는 찬란한 붉은 빛은 마치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는 선물처럼 느껴진다. 그 순간, 마음이 평온해지고 세상에 대한 감사함이 차오른다.
아직도 나를 부르는 곳이 있으면 나는 기꺼이 달려간다. 비록 야구 배트는 손에서 놓았지만, 대신 책과 메모를 손에 들고 살아간다. 야구장에서 보낸 55년의 선수 생활과 지도자 시절, 그 안에서 배우고 느꼈던 수많은 이야기와 교훈을 세상 사람들과 후배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부족한 점도 많고 전문적인 강의는 아니지만, 내 경험과 생각을 듣고 싶어 하는 곳에서 꾸준히 초청을 받는다. 조직과 세상 사람들 그리고 후배들에게 리더로서 조직을 이끄는 법, 동기부여와 비전 제시, 그리고 함께 꿈을 이루어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해외든 국내든, 요청이 들어오면 스케줄이 없는 한 달려가는 것이 내 일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야구가방과 손가방은 늘 나와 함께한다. 이 두 가방 덕분에 나는 새로운 도전과 배움을 이어갈 수 있다. 아들들이 사준 안락한 의자에 앉아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보며 하루를 보내는 것도 내 삶의 행복 중 하나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나는 그 변화를 거부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도 새로움을 배우고 변화에 맞춰 살아가려 노력한다. 물론 옛것을 모두 버리자는 뜻은 아니다. 과거의 소중한 가치들을 간직하되, 현재와 미래를 수용하며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지혜라고 생각한다.
내가 전하는 이야기가 크든 작든 누군가의 삶에 작은 울림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보람을 느낀다. 이제는 내가 가진 경험을 나누며 배우는 기쁨을 더하는 것이 내 삶의 중심이다. 야구와 함께했던 시간, 손에 남은 흔적, 그리고 손가방과 야구가방 속의 이야기들은 단순히 내 과거가 아닌 현재의 나를 지탱해 주는 원천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내가 배운 것을 전하고 또 배우며, 남은 인생도 그렇게 살아가고자 한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가장 가치 있고 아름다운 삶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