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 미안하다 >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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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14 06:03
< 아들~ 미안하다 >
지난 2월 8일 주민들과 “반상회”를 했다. 몇 십 년 만에 주민들과 반상회 하면서 화합의 시간을 가져 정말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날 특별히 나의 관심을 끌었던 사람은 부자지간에 함께 노래하는 분이었다.
작년 12월 아파트 주민들과 화합의 시간을 가졌을 때 특별히 노래 잘하고 기타 잘 치는 부자를 초청했었다. 이번에도 부자를 초청해 노래 4곡 부르기로 했는데 주민들의 앵콜로 지난 번 행사처럼 무려 7곡을 불렀고 늦은 시간까지 주민들과 함께 즐겁게 노래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들과 아버지가 동네 행사나 회사 그리고 관공서뿐만 아니라 초청하는 곳이 있으면 자원봉사 하는 마음으로 달려가 자신들의 재능을 기부한다고 한다. 이날도 우리를 위해 기쁜 마음으로 달려와 우리 모임을 위해 공연해 주었다. 지난 번에도 이야기 했지만 아들의 노래 실력은 아마추어 실력을 넘어 가수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을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다.
이날 사우나 삼총사 막내인 유 대표가 '아들과 함께 노래 할 때 다투지 않느냐?' 질문했다. 아들과 함께 노래하면서 여러 번 다툰 적도 있지만, 서로 음악을 좋아하는 공통 관심사가 있으니 즐겁게 호흡을 맞추며 잘 지내는 편이라고 한다.
아버지는 기타를 치며 아들이 노래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부자가 일주일에 한 번씩 아버지의 집에 모여 노래 연습 한단다. 부자가 노래할 때마다 며느리이자 와이프는 어린 아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자랑스러운 남편을 여러 각도에서 동영상을 찍는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이들 부자지간이나 며느리가 얼마나 보기 좋은지 내심 속으로 많이 부러웠다. 왜냐하면 나도 결혼해서 작은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혼하면 여러 명의 아들을 낳아서 모두 야구를 시키고 싶었다.
결혼하기 전에 아내한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아들 9명을 낳아서 모두 야구를 시켜 한 팀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렇게 생각했던 내가 아들 두 명만 낳고 어릴 때 부터 야구 배트와 야구볼을 손에 쥐어주고 함께 야구했다.
가장 많이 기대했던 큰아들에게 어린 시절부터 철저하게 야구를 시키기 위해 준비했다. 한 번은 이른 새벽 시간에 큰아들을 깨워 운동장 한 바퀴를 도는데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며 잘 뛰지 못하는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젊은 시절이라 잘못된 선입관을 갖고 있어 그 좋아하던 큰아들 가슴에 못을 박았다. 그 당시만 해도 운동 선수를 하려면 가장 먼저 잘 뛰고, 튼튼하고, 강인한 정신력을 갖고 있고, 끈기가 있고, 부지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인지 나중에야 알았지만... 큰아들이 어린 시절에 천식이 있었다. 잘 뛰지 못하고 조금만 달리면 숨이 차서 제대로 운동하지 못하니 큰아들에게 단호하게 '너는 운동할 수 없다'며 큰아들에게 큰 상처를 주고 말았다.
나중에 들어보니 큰아들이 야구하고 싶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방과후에 매일 혼자서 뛰었다고 한다. 미국에서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에 이미 대학교에 여러 군데에 합격 통보를 받고 아빠와 단둘이 있는 자리에서 그동안 숨겨왔던 이야기를 한다.
큰아들이 눈물을 흘리면서 자기는 야구가 너무 좋고 너무 하고싶어 아빠한테 이야기 했더니 단칼에 “너는 야구할 수 없다”는 이야기에 초등학교 시절부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방과후에 매일 달렸다고 한다. 아들의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많이 후회를 하고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다.
아들의 이런 집념이라면 얼마든지 야구를 시켰더라도 아빠보다 더 야구를 잘 할 수 있는 아들이 되었을 텐데... 아빠의 잘못된 고정관념으로 인해 재능있는 아들이 제대로 꽃도 피우지 못하고 전혀 다른 세계로 살아오게 만들었다.
나의 실수를 후회하고 아들에게 미련한 아빠의 잘못을 인정해도 이미 늦은 상태라 아들에게 나의 잘못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삼성라이온즈 팀에서 프로야구 선수생활을 끝내고 미국에 선진야구를 배우기 위해 왔는데 여기 미국 선수들은 많은 선수들이 훈련 도중에 호흡이 곤란하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천식 호흡기를 입에 뿌리며 다시 그라운드로 달려가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았다.
이들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상 생활인데 왜 나는 운동선수라면 잘 뛰어야 하고 체력이 좋아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가져 큰아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야구를 어린 시절부터 못하도록 만들었을까? 잘못된 고정관념과 운동에 대한 무지 때문에 한 젊은이의 청춘을 짓밟았다.
미국에 들어와 선진야구를 접하면서 이전에 했던 훈련 방식들이나 멘탈들이 얼마나 잘못되었고 무지했는지 뒤늦은 나이에 깨달았다. 나의 무지로 인해 얼마든지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아들에게 어린 시절에 무 자르듯이 단칼에 아들의 꿈을 접게 했으니...
이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나의 깊은 내면에는 옛날 생각이 갑자기 오버랩 되면서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었다. 만약 아들이 그렇게 좋아하고 꼭 하고 싶었던 야구를 시켰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많은 시간이 흘러 지금의 아들을 볼 때면 야구를 시켰더라도 얼마든지 아빠보다 더 훌륭한 선수가 되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아들의 사회생활을 옆에서 지켜보며 어떻게 운동했을 것인지 눈에 선하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아들의 스타일이나 그의 집념을 볼 때면 얼마든지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어리석은 아빠의 잘못된 고정관념으로 한 인재를 꽃도 제대로 피우지 못하도록 만들었으니 나이가 든 지금도 매우 후회하고 있다.
오늘 부자 간에 서로 화합하여 아름답게 노래하는 모습을 보는 내내 나는 깊은 생각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아들~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