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지중지했던 야구책 버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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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지중지했던 야구책 버리다 >

최고관리자 0 574 2025.02.16 05:50
< 애지중지했던 야구책 버리다 >

어제(15일) 집안을 정리하면서 방 한칸에 책들로 쌓여 있는 책들을 반이나 버렸다. 지난 2021년 가을 이사 할 때 방 한 칸 전부를 차지하고 있는 야구 물품들을 미련없이 버렸다. 선수 시절부터 지도자 생활 동안 모아 둔 야구공, 글러브, 유니폼, 각종 상패와 상장, 기사 스크랩 등이 차고 넘쳤다. 선수 시절, 은퇴 후에 ‘이만수 야구 박물관’을 건립하겠다는 막연한 꿈을 꾼 적이 있다. 혼자만의 이 계획을 지키기 위해 미국에 갈 때마저 야구용품을 일일이 다 챙겨 갔을 정도였다.

나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55년 동안 야구를 했다. 55년 동안 오로지 한길을 달려오면서 기념될 만한 순간들이 참 많았다. 그 순간들을 잊지 않기 위해 이사를 할 때마다 수고로움을 감수했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수많은 물건들을 지난 2021년 가을에 이사 하면서 과감하게 다 정리했다. 지난 55년 동안 이사할 때마다 야구용품을 애지중지하며 혹시나 분실하거나 파손되지 않도록 이삿짐센터 직원분에게 몇 번이고 신신당부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나를 지탱해주고 내 전부라고 생각했던 수많은 야구 용품들이 2021년 가을에 이사하면서 갑자기 이 모든것들이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지금도 그당시 왜 갑자기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3년이 지난 지금도 정확히 잘 모르겠다. 그당시 내가 썼던 글 중에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저장 강박’을 이제 스스로 치유할 용기가 생겼던 모양이다.

“많은 사람들이 버리지 못하는 물건들을 확장된 자아(Extended Self)로 보고 타인을 향한 과시의 목적보다는 내면적 정체성 확립을 위해 생기는 증상이라고 말한다.“ 아마도 수많은 야구용품은 내 젊은 시절의 정체성을 지키고 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발버둥이었음을 나이가 들어 깨닫게 된 것이다.

어제 수많은 책을 버리면서 선수 시절에 애지중지했던 타격이론 책과 포수 책 그리고 투수와 야수들의 수비 및 기술에 대한 책들도 많이 버렸다. 수많은 야구 책들이 나의 손때가 묻은 책이라 순간 옛날 현역시절이 오버랩 되면서 마음이 먹먹했다.

지난 2021년 가을에 이사할 때 많은 야구용품을 버렸다면 이제는 현역시절과 지도자생활 할 때 끝까지 움켜쥐었던 책들을 이제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어제 미련 없이 버렸다. 어제 버린 책들은 야구 책보다는 현역시절이나 지도자생활 할 때 많이 읽었던 책들이다. 

이제 또다시 새로운 책들을 책장에 꽂으려고 한다. 솔직히 덩그러니 비워진 책장을 쳐다보며 문득 또다시 달려가서 버린 책들을 주워 담아 오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는 걸 보면 아직 성숙하지 못한 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제 나는 내 남은 인생을 아들들이 사준 안락한 의자에 앉아 내가 야구를 쫓는 어리석음을 버리고 야구와 함께 행복해지기를 선택하며 남은 인생을 살아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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