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주의 직언 “한국야구 노메달, 경험과 감의 시대 종언 알렸다.”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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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주의 직언 “한국야구 노메달, 경험과 감의 시대 종언 알렸다.”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최고관리자 0 1,864 2021.08.18 19:15
차명주의 직언 “한국야구 노메달, 경험과 감의 시대 종언 알렸다.”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입력2021.08.18. 오전 10:18
 
글자 크기 변경하SNS 보내-‘원조 홀드왕’ 차명주가 바라본 도쿄올림픽 노메달 “경험과 감의 시대 종언 알렸다.”
-“제대로 된 수비 시프트 하나 없었던 한국야구, 데이터 분석 제대로 했는지 의문”
-“선진야구에선 스윙 궤적에 맞춰 구종·코스 선택, 한국은 패스트볼이라도 원하는 곳에 던지는 투수 있었나.”
-“근본적인 아마추어 육성 문제 커, 학생선수들이 자신의 근육과 관절 움직임 이해하도록 지도자 노력이 더 필요”
 
[엠스플뉴스]
 
“경험과 감의 시대 종언을 알린 올림픽이 됐습니다.”
 
‘홀드왕 출신’ 차명주 차의과학대학교 스포츠의학전문대학원 겸임 교수는 한국야구의 2020 도쿄올림픽 노메달 결과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차 교수는 “한국야구가 이미 뒤처져도 너무 뒤처졌다. 이대로 변화가 없다면 야구 선진국과 격차가 희망이 안 보일 정도로 더 멀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운동역학 연구소인 SSL(Sport Science Lab)을 운영하는 차 교수는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야구의 실패와 관련해 KBO(한국야구위원회)의 거시적인 대표팀 운영 방향성의 부재와 부실한 전력분석 능력, 그리고 지도자들의 운동역학 지식 부족 등 복합적인 이유를 꼽았다. 엠스플뉴스가 한국야구 부활을 위한 차명주의 날카로운 직언을 들어봤다.

- 차명주의 시선 "야마모토와 일본의 철저한 전략적인 야구, 한국은 어떠한 준비도 안 보였다." -
 
 
도쿄올림픽에 나선 한국야구를 두고 ‘데이터만 있고 데이터 야구는 없었다’란 평가가 나옵니다.
 
정말 올림픽에 나가서 어떤 데이터 야구도 안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단순히 수비 시프트만 봐도 KBO리그에서 흔하게 나오는 기본적인 수비 시프트조차 없었잖아요. 반대로 미국 대표팀은 트랙맨 데이터를 통해 얼마나 정교한 수비 시프트를 보여줬습니까. 하물며 우리에게 연달아 진 이스라엘 대표팀도 수비 시프트를 사용했어요. KBO리그 구단들이 데이터 분석에 쏟아부은 비용이 아까울 정도입니다.
 
미국과 일본의 전력분석 수준은 차원이 달랐단 얘기도 나옵니다.
 
예를 들어서 전력분석을 제대로 파고들면 상대 타자 스윙 궤적에 맞춰서 가장 효율적인 구종과 코스 공략이 이뤄집니다. 일본전 상대 선발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 공을 보세요. 철저하게 전략적인 공이었습니다.
 
전략적인 공이요?
 
야마모토는 150km/h 중반대 강속구를 지닌 투수인데 한국 타자들을 상대로 초반 커터만 집요하게 구사했습니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 패스트볼 구속이 낮은 게 아니었어요. 한국 타자들을 상대로 경기 초반 커터로 스윙 궤적을 흔들어 놓은 뒤 경기 중반부터 포심 패스트볼과 자신의 장기인 포크볼을 조금씩 보여주기 시작했죠.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야구를 분석한 일본 대표팀 전력분석 파트에서 구상한 전략이었을 겁니다.
일본 이나바 감독과 대표팀 전력분석팀이 종종 KBO리그를 직접 보러와 전력분석에 신경 썼다고 합니다. 
 
2014년부터 ‘사무라이 재팬’이란 단어를 만들어 국가대표팀 방향성을 제시한 일본이 얼마나 전력분석에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장면입니다. 게다가 일본 대표팀 전력분석팀은 연령대 대표급 아마추어 학생선수들부터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찰한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미래 세대를 일찌감치 준비해온 거죠. 반대로 KBO는 일본 대표팀만큼 전력분석이나 대표팀 미래 세대 준비에 최선을 다했는지 묻고 싶어요. 리그에 있는 자원들을 두고도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잡음이 일어나는데 대표팀 미래 준비가 제대로 됐을까요.
 
이번 올림픽 결과를 두고 한국야구의 처절한 반성이 있어야겠습니다.
 
지금 메이저리그 야구에선 타자의 스윙 궤적을 다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구종과 코스 선택이 이뤄집니다. 예를 들어 슬라이더를 던질 때 이 타자의 스윙 궤적을 고려하면 장타 위험성이 크니까 철저하게 볼로 던져야 한다는 전략이 나오는 거죠. 그런 분석이 하나도 없으면 그냥 슬라이더로 카운트를 잡으러 쓱 들어가다 그냥 홈런 맞는 겁니다. 이번 한국 대표팀 경기에서 그런 장면이 없었을까요.
 
음.
 
전력분석을 제대로 했다면 상대 타자 스윙 궤적에 상성이 좋은 투수들의 구종을 맞춰서 잘 활용했을 겁니다. 또 박세웅 투수가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보여줬는데 왜 이번 국제무대에서 그 공이 통했는지 분석하고 다음 국제대회 때 또 어떤 효과적인 투구를 보여줄 가능성이 있는지 이런 철저한 분석이 필요한 겁니다.
 
- "'그냥 바깥쪽만 보고 던져' 답 아니야, 지도자들이 운동역학 및 해부학 지식 습득 노력해야"
 
다른 나라 투수들과 비교해 떨어지는 한국 투수들의 구속에도 아쉬움의 목소리가 컸습니다.
 
우선 공 10개를 던질 때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몇 개가 들어가는지 기본적인 제구력이 중요합니다. 개인적으로 투수의 가장 큰 결정구는 패스트볼이라고 봐요. 결국, 위력적인 패스트볼을 마음먹은 곳에다 못 던지니까 여러 가지 손장난을 치는 거죠. 이번에 미국전 상대 선발 투수 조 라이언을 보면 하이 패스트볼 하나만으로도 위력적인 투구를 보여줬습니다. 바깥쪽 몸쪽 코스를 떠나 가운데 높고 낮은 코스에라도 제대로 패스트볼을 던지는 국내 투수가 몇 명이 있을지 의문인 거죠.
 
결국, 아마추어 시절부터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육성의 중요성이 다시 떠오르는 흐름입니다.
 
이번 한국야구 노메달은 경험과 감의 시대의 종언을 알린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아마추어 지도자들이 운동역학과 해부학 지식 습득에 더 노력해야 해요. 어릴 때부터 운동역학적으로 자신의 근육과 관절의 움직임을 얼마나 이해하느냐에 따라 성장의 결과가 확연히 달라집니다. ‘그냥 바깥쪽 보고 던져’가 답이 아니잖아요. 최근 아마추어 투수들이 왜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팔꿈치 수술을 받는 게 흔해졌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어요. 그만큼 자신의 근육과 관절 움직임을 이해하지 못하고 어릴 때부터 공을 던지니까 다치는 거죠.
 
단순히 원인을 한 가지로만 꼽을 수 없는 문제인 듯합니다.
 
개인적으로 KBO가 한국야구 육성에 손을 놓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KBO 육성위원회도 사라졌잖아요. 베이징올림픽 이후 처절한 반성을 보여준 일본야구와 달리 한국야구는 그냥 현실에 안주한 거죠. 트레이닝 파트부터 시작해 운동 역학, 지도자 교육 등 복합적인 문제를 KBO에서 나서서 해결해야 합니다. KBO리그 정상급 선수들의 운동역학 데이터를 수집해서 아마추어 지도자들과 선수들에게 제공해주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죠.
 
‘정신력과 간절함’이란 쌍팔년도 시대 단어도 이제 사라져야겠습니다.
 
정신력이 해이해졌다고 간절함이 사라졌단 얘길 하기 전에 그렇게 말씀하시는 야구계 선배들이 이만수 감독님처럼 아마추어 학교 일선에서 얼마나 많은 재능 기부를 해보셨는지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은퇴한 한국야구 스타들도 해부학과 운동역학을 열심히 공부해서 어린이들에게 야구를 제대로 가르치는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이번을 계기로 저도 학생선수들에게 전해줄 과학적인 지식에 부족함이 없었는지 되돌아보고 반성하게 됐습니다. 한국야구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도록 저부터 더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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