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야구 열정지수(PQ: Passion Quoti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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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야구 열정지수(PQ: Passion Quotient)

최고관리자 0 1,569 2021.10.13 07:59
베트남 야구 열정지수(PQ: Passion Quotient)

 2016년 4월. 베트남 야구대회에 하노이 한국국제학교 야구부를 이끌고 설레는 마음으로 출전했다. 베트남에서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고,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 헹가레를 받았다. 사실 베트남에서 야구대회가 열린다는 것이 놀라웠고, 베트남 사람들이 야구복을 입고 야구를 하는 광경이 참 낯설게 느껴졌다. 중고등학생들로 구성된 한국국제학교 야구부가 하노이 국립대생으로 구성된 야구팀을 손쉽게 이기는 것이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늘 스포츠의 세계에는 절대강자가 없고 반전이 일어나는 법. 한 달에 2번 정도의 교류전을 할 때마다 제자리걸음을 하는 한국국제학교의 야구부와는 달리 눈에 띄게 조직력을 갖추고 개인 기량이 발전하는 그들의 모습은 일취월장(日就月將)이라는 단어가 딱 정확한 표현이었다.

 10실점을 하고 1득점에 우승을 한 것처럼 기뻐하던 베트남 고등학교 야구동아리 팀과 항상 마지막에 어이없이 수비실책으로 무너지던 하노이 국립대학 야구팀은 결국 2017년 12월 제 2회 알루코배 야구대회에서 한국팀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준우승이었지만 패배의 허무함보다는 베트남 야구의 가능성에 기쁨을 느꼈다.

 매번 ‘베트남 야구선수’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이지만 그들은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학생선수가 아니다. 그들은 열정으로 만들어진 순수 동아리. 딱 우리네 동네야구 팀들이다. 만화로 야구를 접하고 유투브를 통해 개인 기량을 키워나가는. 그저 야구의 매력에 푹 빠져 40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도 땀방울의 소중한 가치를 스스로 대견해하는 그런 선수들이다. 야구장비는 몇 달 간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구매하는 것은 꽤 사치스러운 일이다. 대부분 최저가의 장비들이 즐비하다. 찌그러진 알루미늄 방망이, 검은 봉지에 담긴 소중한 야구공 몇 개, 헤진 글러브와 야구복을 전문으로 맞추는 곳이 없어 뭔가 어색한 야구복이 야구를 하기 위한 그들 최대한의 정성스런 준비이다.

 기량과 열정은 늘 정비례하지 않는다. 그들의 시합이나 훈련을 보고 있노라면 140km 대의 공을 던지고 강렬한 홈런을 당장이라도 쏘아올릴 것 같은 눈빛들이다. 난 이제 더 이상 그들을 안쓰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야구를 통해 그들은 이마 많은 성장을 했고, 더불어 야구의 매력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살고 있는 하노이에는 Hanoi Achers,  Hanoi Ams Phoenix, CNN Homerunners, ULIS Devilbat, HUST Red Owl, Vietnam Dragonflys의 6개 고등학교 및 대학교, 일반 사회인 팀이 있다. 고등학교 팀들 중에는 여자 선수들이 활동을 하고 있는 혼성 야구팀들도 있다. 몇몇 대학에서 아직 정식적인 팀을 완벽하게 구성하지 못했지만 2개 정도의 팀들이 최근 만들어졌다고 한다. 하노이 국립대학 출신들이 졸업 후에 모여서 만든 Hanoi Achers라는 팀이 자타공인 최강의 팀이며, 추후 구성하게될 베트남 야구대표팀에 승선할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로 구성된 강팀이다. 이 팀은 2019년 라오스 야구대표팀의 베트남 초청경기에 베트남 대표팀으로 경기를 치루기도 했었다.

 Hanoi Capitals는 하노이의 유일한 유소년 야구팀이다. 이 팀은 Mr. Tom Treuler라는 미국변호사에 의해 만들어져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유소년 야구팀이다. 

 호찌민과 다낭에는 각각 성인팀 1개팀(Pioneer, Danang Baseball)과 유소년 야구팀 각각 1개팀(Saigon Storm, Danang Youth Baseball)이 현재 활동 중이다. 지금까지 내가 파악하고 있는 베트남의 야구팀들이다.(혹시 내가 알지 못하는 팀들이 더 오래 전부터 만들어졌거나 최근 만들어졌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베트남의 3대 도시(하노이, 호찌민, 다낭)에는 한국 교민들로 구성된 사회인 야구팀들이 있어 베트남 팀들과의 교류전을 펼치고 있다.

 베트남 야구를 한국야구와 견줄 수는 없다. 내가 저번 글에 언급했듯이 한국에서 생각하는 ‘크리켓’의 생소함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아직 실력도 많이 부족하다. 정확한 현재의 야구수준을 논한다는 것이 괜히 베트남 선수들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도 있고 전문가가 아니기에 쉽게 단정지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발전 가능성은 다른 차원의 평가라고 생각한다. 스포츠의 경기력을 만들어내는 것은 기술수준, 작전수행능력, 조직력, 정신력 등 다양한 요소들이 존재한다. 늘 나는 아직 전문적인 코칭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그들이 앞으로 보여줄 퍼포먼스의 끝을 지금 평가한다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야구소양(Baseball Literacy)편에 내가 베트남 야구발전 2단계 구상에서 밝힌 과제가 있다. 지금 고등학교와 대학교 야구 동아리의 정기적인 훈련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한국 KBO에서 베트남 국가대표팀 전문지도자 파견을 고려하고 있으니 추후 베트남 야구대표팀이 구성된다면 한국 감독이 베트남에 한국야구를 전파할 가능성은 높다고 기대를 하고 있다.

 베트남이라는 야구 불모지에서 즐겁게 야구를 하고 있는 선수들과의 만남은 늘 나를 설레게 한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들은 수없이 많다. 야구 장비, 야구장 등등... 그러나 그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야구를 제대로 배워보는 것이라고 항상 나에게 이야기한다. 베트남 야구는 현재 열정지수(PQ)가 최고치에 도달해 있다. 열정은 꿈을 이룰 수 있는 무한한 힘이다. 나는 그들의  열정을 더 키워줄 가장 훌륭한 지도자가 더 이상 ‘유투브’가 아니기를 항상 바란다.

(다음 편은 11월 말부터 시작되는 베트남 야구 홍보 동영상 제작을 소개하는 글을 올리려고 한다.)

베트남 야구협회 이장형 야구지원단장이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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