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크감독의 인생2막]아래로 향하는 이만수 감독,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새 길을 열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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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크감독의 인생2막]아래로 향하는 이만수 감독,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새 길을 열다(1)

최고관리자 0 2,733 2020.07.22 07:56
[헐크감독의 인생2막]아래로 향하는 이만수 감독,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새 길을 열다(1)

스포츠서울 원문 l 입력 2016.05.03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이만수(58) 전 SK 감독(현 KBO 육성위원회 부위원장)이 재능기부를 하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있다. 야구 불모지인 라오스까지 날아가 무상 코칭과 장비보급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위가 아닌 아래로 향하는 재능기부라 큰 의미가 있다.

이 감독은 “작년까지는 엘리트 야구 학교를 갔는데 올해는 여자야구와 사회인야구, 유소년야구까지 찾아가고 있다. 얼마전에도 어떤 학부형한테 연락이 와 도와달라고 해서 찾아갔다. 앞으로 초등학교에 많이 가려고 한다. 초등학교에는 아무도 안온다고 하더라. 나라도 가줘야 되겠다고 생각했다”라며 더 넓어진 재능기부의 범위를 밝혔다.

이 감독은 활동은 유소년 야구 지도에 그치지 않는다. 부모는 늘 아이들 걱정이다. 그래서 이 감독은 학부형과의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감독은 “아이들이 야구를 하면 부모들은 거기에 매달리게 된다. 자기 아이들이 잘못될까봐 걱정하고 불안해 한다. 그래서 어린 아이들을 지도할 때 학부모를 모시고 강연도 함께 한다. 부모로서의 어려운 점을 이야기 하고 듣는다”며 “걱정하는 부모들에게 어려운 상황에서 운동하는 아이들은 나가서도 잘 한다. 다른 것과 달리 운동은 맨 밑에서부터 시작해 올라가는 경험을 한다. 사회에 나가면 어떤 어려운 일이 생겨도 헤쳐나가는 힘을 가지게 된다고 강조한다”고 했다.

이 감독의 한 마디는 아이들 뿐 아니라 뒷바라지 하는 부모들에게 큰 힘이 된다.
 
이 감독은 아이들을 지도할 때, 직접 시연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이 흙먼지 날리는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공을 던지고 받는 모습은 일상적이지 않다. 그리고 그 아이들의 부모 마음까지 헤아리는 모습 또한 일상적이지 않다. 하지만 이 감독은 아래로 향하는 재능기부로 그 손길을 전하고 있다.

그는 아이들에게 딱 두 가지 자기 자랑을 한다고 했다. 40년 넘게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기와 야구일지를 쓰고 있는 게 이 감독의 자랑거리다. 이 감독은 아이들에게 공부 열심히 할 것을 주문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일기를 매일 쓰면 좋겠다. 공부가 잘 안되면 책을 많이 봐라. 다른 사람의 인생과 경험을 간접적으로 경험해야 한다. 힘들고 어려워도 책은 꼭 봐야 한다”고 당부한다. 잘 성장하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의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 감독의 활동은 재능기부라서 숙박도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데, 지방을 찾아가면 모텔에서 잠을 잔다.

그러나 그는 “나쁘지 않다. 좋다. 별별 숙소에서 다 자봤다”라고 껄껄 웃으며 “46년간 수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작게나마 돌려드릴 수 있어 내가 감사할 따름이다. 재능기부는 일회성이 아니다. 내가 걸어 다닐 수 있을 때까지 계속 할 것이다”라며 ‘야구 전도사’에 국한되지 않는 ‘행복 전도사’의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 감독은 “초·중·고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젊은 감독들이 내게 와달라고 쉽게 전화하지 못하는거 같더라. 요청이 오기 전에 도움이 필요하면 내가 먼저 가겠다”라며 “작년에 전국을 돌면서 5만㎞ 이상을 다녔더라. 기쁜 마음으로 다녔다”고 했다. 그는 “재능기부를 하러 시골을 다니다 보니 우리나라에 아름다운 곳이 정말 많더라”고 말하며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했다.

그래도 매번 아이들 앞에서 시범을 보이다 보니 몸은 조금 힘들다고 했다. 이 감독은 그동안 타격과 캐칭, 슬라이딩 등 여러 동작을 혼자 직접 시연하면서 지도했다. 그래서 이번에 아예 관련 야구 동영상을 동작별로 50개 정도 제작했다. 그리고 그 동영상을 재능기부 하러 간 학교에 무료로 전달하고 있다.

이 감독이 야구 동영상을 만든 건 몸이 힘든 것 외에 더 큰 이유가 있다. 항상 와서 시범을 보여주지 못하지만 아이들이 그 동영상을 통해 꾸준히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각 학교에 배터리 코치가 거의 없다는 점도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이 감독이 제작한 동영상 자료는 값지다. 그 영상자료에는 후배 지도자들이 아이들을 훌륭한 선수로 키워주길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감독이 재능기부에 힘쓰게 된 계기는 미국에서의 경험이 컸다.

이 감독은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지도자 생활을 할 때 보니 그곳에서는 도와주는 게 생활화되어 있었다. 그걸 보면서 한국에 돌아가면 현역 때는 못해도 물러나면 꼭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돌아보면 선수와 감독으로 평생 최고가 되기 위해 밤잠 설치며 달려왔다. 그렇게 해서 타이틀을 따고 우승도 경험했다. 그런데 그 기쁨은 채 일주일이 가지 않아 깜짝 놀랐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니까 한 열흘은 가더라. 하지만 더 이상은 안가더라. 정상에 서면 그걸 지키기 위해 더 애를 써야 했다. 더 스트레스를 받았다. 무엇 때문에 평생을 이렇게 살아왔나 싶었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 감독은 나이가 들어 행복한게 뭔지 더 깨닫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라오스나 국내에 있는 아이들이 초롱초롱한 눈동자로 질문을 하고 따뜻하게 다가올 때 너무 기쁘다. 재능을 기부하러 갔다가 내가 오히려 뭔가를 받고 오는 기분이다. 내가 학생이 되는 기분도 느낀다. 내가 가지고 있는 하나의 재능이 야구인데, 그걸 통해 전해줄 수 있는 게 있어 너무 기쁘다. 나는 복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 재능은 내가 더 나이 들어도 나눠줄 수 있다. 운동을 할 때는 몰랐는데, 끝나고 나니까 야구가 내 삶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만수 감독의 인생 2라운드는 현역시절 보다 더 바쁘다. 그리고 그만큼 더 행복하다.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1년 내내 즐겁다. 레전드 이만수 감독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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