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필드(Field) 외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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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7 06:12
< 베트남 필드(Field) 외교 >
과거 정부간 소통과 협상 과정을 통해 국가 간의 외교가 이뤄졌던 전통적 의미를 벗어나 현재는 문화, 예술, 원조, 지식, 언어, 미디어, 홍보 등 다양한 기제를 활용하여 외국 대중(Foreign Public)에게 직접 다가가 그들의 마음을 사고, 감동을 주어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는 공공외교가 활발히 펼치지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 K-한류는 많은 외국인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대한민국의 역사, 전통, 문화, 예술, 가치, 정책 등이 공감대와 신뢰를 확보하여 외교관계를 증진시키고 국가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높여 가는 외교활동의 일등공신이 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정치 · 문화적 차이를 스포츠로 극복하고 스포츠를 통해 국가간의 화합을 도모하는 사례들이 많이 있다. 내가 현재 7년이 넘는 시간동안 “ 야구 “라는 단어조차 없었던 라오스에 한국야구를 전파하고 국가대표를 양성하고 야구를 통해 청소년들을 교육 · 성장시키는 일도 아마 스포츠 외교의 한 사례가 되고 있다.
또 한가지 스포츠 외교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는 사례가 있다. 정부의 신남방정책의 경제 · 외교활동보다 훨씬 더 놀라운 외교성과를 올리고 있는 베트남 축구이야기이다. 축구의 변방이자, 동남아시아에서도 변변한 성적을 올리지 못했던 베트남은 2017년 한국에서 박항서 감독을 베트남 축구국가 대표팀 감독으로 영입하게 된다. 박항서 감독 영입과 관련해서 베트남 내에서 많은 갑론을박이 벌어졌던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을 따로 하지 않겠다.
그러나 그가 부임한 후 FIFA 랭킹 130위에 머물던 베트남 축구는 93위로 무려 37계단을 수직상승하였다. 2018 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2018 동남아시아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 2019 동남아시안게임(SEA) 60년만의 우승, 2019 AFC 아시안컵 8강,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진출 등. 열거하기가 어려울 만큼의 놀라운 성장과 업적을 만들어냈다.
그야말로 “ 신드롬(Syndrome) “을 불러 일으켰다. 베트남의 한국에 대한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였고, 많은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으며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심지어 한국교민들의 위상을 높이는 민간외교관으로서 최고의 역할을 하고 있다.
2021년 3월. 베트남 야구 발전을 위해 하노이에 방문했을 때 그와 몇 차례 만남을 가졌다. 대학선배이기에 대학시절로 돌아간 듯 편한 분위기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베트남 야구 발전에 대한 방향과 비전이 뚜렷하지 않았던 나에게 그는 베트남에서 경험한 스포츠 발전에 대한 노하우를 상세히 설명해줬고 베트남 정부 관계자들에게도 야구에 대한 관심을 부탁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베트남에 머무는 동안 나는 또 다른 희망과 비전을 볼 수 있었다. 쇼핑몰에 입점한 “ MLB “ 브랜드도 놀라웠지만 많은 베트남 사람들이 연령, 지위와 상관없이 야구모자와 티셔츠들을 선망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젊은층들 사이에서 MLB와 한국 야구를 이미 접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도 매우 고무적이었다.
약 10여 년 전부터 미국에서 유학을 마친 젊은 유학파 청년들이 베트남에 돌아와 사회 각계 각층에서 자리를 잡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미국 농구(NBA)와 메이저리그(MLB)를 처음 접하고 매료된 이들이 많아졌다. 이 결과 10년 전부터 베트남 프로농구가 시작되었고, 현재 7개 프로팀이 리그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길거리에서 농구를 하고 있는 많은 젊은이들을 볼 수 있고 학교에서도 교육과정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곧 베트남에서 야구도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 많은 베트남 국민들이 열광하는 스포츠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을 갖게 된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한 사람이 만들어낸 스포츠 외교의 성과와 영향력에 야구인으로서 큰 자부심을 가지게 된다. 물론 대한민국의 공공외교는 스포츠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크게 부각시켜가고 있다. 한국 야구는 야구 자체로서도 높은 수준과 경쟁력을 갖추었고, 국민스포츠로 자리잡는 과정에서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손색이 없는 독특하고 역동적인 다양한 야구문화와 컨텐츠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축구를 통해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에서 한국의 위상을 드높였다면 이제 야구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 비전을 심어주고, 많은 베트남 사람들이 야구를 통해 기쁨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평생 야구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았고 행복한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이제 라오스와 더불어 베트남 국민들에게 야구가 그들 삶의 일부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 나의 숙명이자 꿈이다. 먼훗날 MLB의 개막경기가 베트남에서 개최되고, 각 지역 연고지를 기반으로한 프로야구팀이 생겨나고 많은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야구를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초석을 만드는 계획들이 지금 내 마음을 설레이게 하고 있다. 시간이 필요하다. 단계적으로 하나하나의 계획들을 만들고 실천한다면 망상이 아닌 현실이 되리라는 신념을 버리지 않는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를 동남아시아의 맹주로 만들었고,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이끌었듯이 베트남 야구도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서 주목하는 야구의 본고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려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