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 7 = 하나로 시작해 일곱이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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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0 06:26
< 1 + 7 = 하나로 시작해 일곱이 되었다 >
내 나이 65살. 아주 오래전이면 이미 뒷방에 앉아 손자들의 재롱을 보고 세월을 보냈을 나이다. 어느 새 숨가쁘게 달려온 화려했던 과거를 뒤로 한 채 이제 환갑이 훌쩍 넘은 나이가 되었다. 단 한번도 야구장을 떠나 살아보지 않아 현장 속에서 항상 긴장감을 느끼며 살아왔기에 언제 나이가 이렇게 되었는지 깨닫지 못했다. 젊은 선수들과 호흡하며 생물학적 나이를 생각지 않았다. 가끔씩은 괴성을 지르며 내 힘을 과시했던 혈기왕성한 헐크를 내 마음 속에서 떠나보내지 못해 지금도 여전히 젊은 선수인양 베트남과 라오스를 오가며 20대처럼 행동하고 말을 할 때가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았던 화려했던 선수 생활을 뒤안길로 보내고 점점 나이가 들고 더 이상 선수로서 고향팀에서 뛸 수 없음을 직감했었다. 좌절과 슬픔 속에 선택한 미국에서의 외로웠던 시간을 견디며 경험했던 메이저리그 우승. 이후 누구나 꿈꾸는 한국프로야구의 감독이 되어 화려하게 돌아왔지만 성적 등으로 인해 팬들의 비난을 혼자서 감수해야 했던 힘든 고독의 시간을 보냈다. 야구인이 꿈꾸는 최고의 자리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그 뒤에 감춰진 고통과 고뇌의 시간이 나를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환갑이 훌쩍 넘은 이 나이에도 선수시절 못지 않은 열정과 설레임을 갖을 수 있다는 것에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무언가 남들에게 줄 수 있고 의미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얼마나 큰 보람과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주는지…
내 삶의 마지막 프로젝트이자 꿈은 인도차이나 반도에 야구를 보급하는 일이다. 56살부터 시작한 라오스에서의 야구전파를 통해 나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다. 인도차이나 반도 다섯 나라인 라오스 , 베트남 , 캄보디아 , 미얀마 , 태국에 야구 보급을 완성하고 싶은 꿈을 내 건강이 허락할 수 있다고 스스로 책정한 80세까지 진행하고자 마음 먹었다. 그 완성이 언제 이뤄질지는 모르지만 내가 이 땅에 사는 동안 건강을 유지하면서 이 꿈을 꼭 실현시키는데 전력을 다하고 싶다.
내가 처음 경험해보는 일상이 바로 손자와 함께 하는 시간들이다. 자식을 키울 때는 야구하느라 시간이 없어서 많이 못 놀아주었는데 손자가 자주 놀러 오는 요즈음 손자와 노는 시간이 참 행복하다. 내가 야구복을 입으면 “할아버지는 헐크다!” 하면서 따라 다니고 야구선수들을 텔레비전에서 보면 “이만수다!” 해서 온 식구를 웃게한다.
레고도 같이 만들고 숨바꼭질은 할아버지 집에 오면 가장 좋아하는 놀이다. ( 요즈음 손자가 야구 놀이에 푹 빠져 있다. ) 저녁이 되면 꼭 자고 간다면서 먼저 침대에 올라가 동화책을 들고 기다린다. 손자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그 시간이 참 행복하다.
나의 삶을 되돌아 보면 지금처럼 행복한 순간은 없었다.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펄쩍펄쩍 돌았던 그 때의 벅찬 감격보다 지금이 더 나를 흥분되게 만든다.
지금 이러한 내 마음은 천금을 주거나 세상의 부귀를 나에게 모두 안겨 준다해도 지금처럼 흥분하게 만들지 못할 것이다. 새로운 아침을 맞이할 때 마다 예전에 미처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바라보며 도전을 시작해본다. 가지 않은 길을 조심스럽게 헤치며 가기 보다는 끝을 알 수 없는 길이며 그 길 끝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기에 내가 걸어가는 이 길은 늘 나에게 벅찬 기대감을 선물한다.
사랑하는 아내와 큰아들, 큰며느리와 손자 그리고 돌아오는 가을에 결혼하는 막내아들과 둘째 며느리가 될 가족 모두에게 고맙다. 지난 50년 넘도록 한길로 달려온 아빠의 삶을 묵묵하게 응원해준 사랑하는 가족에게 다시한번 고마움을 전한다...
많이 고맙고 사랑한다...
사랑하는 막내야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