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야구와 베트남 야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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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5 06:22
( 한국 야구와 베트남 야구 )
오랜 시간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는 여정을 경험했다. 그 수많은 여정 중에 오늘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베트남 선수들과 협회 창설과 국가대표, 국제대회 참가라는 다소 허황된(?) 꿈에 동행하며 지금까지 달려왔다. 이 일을 시작하고 한 지인이 진담 반 걱정 반으로 건넨 말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축구장이 넘쳐나는 축구의 나라 베트남에서 야구가 활성화되려면 100년이 걸릴 것이다”. 베트남에서 6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면서 체감한 사실이었기에 감히 부인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 100년이라는 시간이 10년 이내로 그 격차를 좁혀가고 있음을 깨달으며 묘한 희열을 느낀다.
10년 전 라오스에 야구 보급을 시작했던 이만수 감독님의 수고로움과 힘듦을 미리 알았더라면 베트남에서의 지금과 같은 일들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이만수 감독님의 그 힘든 과정은 보지 않고 “야구”라는 단어조차 없는 최빈국 라오스 야구의 화려한 결과만을 보았다. 아마도 그랬기에 이 무모한 도전이 가능했던 일이기도 하다. 그저 야구를 사랑하고 베트남 선수들과의 의리를 지키겠다고 시작한 베트남 야구 전파. 그 험난한 여정 속에 뜻깊은 결실들이 생기고 있다.
2022년 7월 28일. 베트남 야구협회가 주최하는 첫 전국 규모의 야구대회가 개최된다. 베트남 야구협회가 창설된 지 1년이 조금 지난 시점에서 전국 규모의 야구대회가 개최된다는 것이 매우 뜻깊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이만수 감독님이 직접 이 대회를 참관하기 위해 한국에서 호찌민으로 27일 입국한다. 대회 개막식에서 베트남 야구협회로부터 베트남 야구 발전에 대한 기여와 후원에 대한 감사패를 받고 선수들을 격려할 계획이다.
또한 박효철 감독님과 나는 내년 라오스에서 개최되는 동남아시아 5개국 야구대회 참가를 위한 국가대표 선수와 앞으로 베트남 야구를 이끌어갈 유망주들을 선발하기 위해 베트남 야구협회로부터 선발위원 초대장을 받고 대회에 참여한다. 6년 넘게 내가 베트남에서 야구를 하는 많은 선수와 교류를 했기 때문에 박효철 감독님에게 선수들의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오랜 시간 한국과 미국 야구를 경험한 박효철 감독님이 선수들의 기량과 잠재력을 평가해서 선수들을 잘 선발할 것이다.
이번 대회를 위해 최홍준 심판을 포함해서 총 7명의 한국 야구 심판이 파견된다. 베트남 야구협회의 요청에 이만수 감독님이 모든 경비를 제공하면서 이루어졌다. 야구 규칙을 정확하게 알고 경기를 운영할 수 있는 심판이 베트남에는 아직 없다. 당연하다. 이제 야구가 시작되는 나라에서 심판을 양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현재 호찌민에는 일본-베트남 야구협회(JVBA)라는 일본인이 주축이 되어 만든 야구협회가 있다. 호찌민에서 야구 관련 이벤트를 개최하고 유소년 야구를 지원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야구를 전파하고 많은 베트남 사람들에게 야구를 알리는 것이기에 그들의 활동에 박수를 보낸다. 이번 대회를 위해 이 단체에서도 심판을 파견했다. 엄밀히 말하면 한국처럼 일본에서 심판이 오는 것이 아니라 협회에 소속된 아마추어 심판들이 대회에서 심판을 보는 것이기에 파견이라는 단어가 적절하지는 않을 것 같다.
한국과 일본, 어느 한 특정 분야가 아닌 모든 분야에서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어 있다. 이번 대회의 심판 배정에서조차도 이런 라이벌 의식은 여전히 존재한다. 나는 많은 경험을 가진 한국 심판들이 일본 심판들의 역량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경기를 잘 운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일전이 개최되면 어떤 종목의 스포츠 선수를 막론하고 애국심이 불타올라 일본을 이기려는 정신력이 극에 달한다. 물론 경기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도 그와 같다. 베트남 야구협회 일을 돕기 시작하면서 늘 마음에 담아둔 생각이 있다. 베트남 야구는 무조건 일본이 아닌 한국과 동행했으면 하는 것이다. 애국심의 발로(發露)겠지만 꼭 그렇게 되었으면 한다. 아니 꼭 그렇게 될 것이다.
미국 야구를 받아들인 필리핀과 일본 야구를 받아들인 태국이 현재 동남아시아 야구를 주름잡고 있다. 라오스와 더불어 베트남 야구는 한국 야구를 받아들여 앞으로 꾸준하게 발전할 것이다. 고교야구와 실업야구를 거쳐 프로야구의 탄생까지 한국야구 역사가 베트남 야구의 역사가 되는 평행이론이 펼쳐지길 바란다.
( 베트남 야구협회 이장형지원단장이 작성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