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아...

언어 선택

청춘아...

최고관리자 0 1,685 2022.12.12 06:57
< 청춘아 >

2022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하고 바로 다음 날 이른 새벽 대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년에 대구상고(현. 상원고등학교)가 개교 100주년이 된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12월 10일 " OB vs YB 야구경기 및 상구DBL회원단합대회 " 가 개최되었다. 오전 10시 시합에 참가하기 위해 새벽 4시 인천에서 대구로 서둘러 기차에 몸을 실었다.

나는 대구상고 50회 졸업생이다. 내년이면 졸업한지 50년이 된다고 하니 솔직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 모교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전국에 있는 수많은 졸업생 선배와 후배들이  OB vs YB 야구경기를 위해 오늘 아침 야구장에 모였다. 승리 팀에게 주어지는 수 백 만원의 상금과 더불어 양팀 모두 야구에 대한 자존심으로 인한 동기부여 탓인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모두 최선을 다한 경기가 펼쳐졌다.

OB팀에서는 양준혁 선수가 3번. 내가 4번에 맡아 7이닝을 모두 소화했다. 오늘 경기에서 양준혁 선수는 4타수 2안타 쳤고 나는 3타수 1안타 1BB와 1득점 했다. 7회까지 4 : 4 박빙의 게임을 이어 가다가 7회말 동점 상황에서 안지만 투수가 올라와 투아웃까지 잘 던지다가 주자 3루에서 끝내기 안타를 맞아 결국 4 : 5 1점차로 졌다. 졸업생 선배나 재학생 후배 두 팀 모두 한 겨울의  추위를 녹일 만큼 뜨거운 경기였다.

65살 되어서도 경기에서 지고 싶지 않은 승부근성 탓에 왼손 엄지손가락이 조금 찢어진 것도 모른 채 경기를 뛰었다. 안타를 치고 1루로 나가자 양일환 감독이 대주자 보내도 되느냐 사인을 주기에 손사레를 치며 교체를 강하게 거부했다.

이어진 5번 타자가 좌익 선상으로 빠지는 2루타 치자 1루에서 2루로 잽싸게 돌고 3루로 달렸다. 27.43m가 274.3m 처럼 느껴졌다. 마음은 이미 3루 베이스에 도달했는데 몸은 한참이나 뒤에 머물러 있다. 결국 3루에 다 와서 넘어질 뻔한 상황을 가까스로 모면하고 세이프가 되었다. 이때부터 허벅지와 장딴지에 조금씩 햄스트링이 올라와 걷기 조차 힘들었다.

경기를 마치고 거친 숨을 돌리며 문득 두 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하나는 빛나던 청춘 시절과 같지 않은 체력에 마음이 씁쓸했고 또 한편으로는 현장을 떠난 지 오래 되었지만 아직 젊은 선수들과 함께 야구할 수 있다는 자부심과 행복감이 든다. 엄지손가락이 찢어지고 햄스트링까지... 그래도 웃을 수 있다.

타석에서 상원고 선발투수의 140km를 넘나드는 빠른 공에 움찔하기도 했다. 또한 솔직히 빠른 공이 잘  보이지 않았다. 140km의 속구는 이제 나에게 넘사벽의 경계임이 분명하다. 첫 타석에서 파울볼 4개를 치고 결국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BB로 1루로 걸어 나갔다. 빠른 공에 스트라이드할 때 나도 모르게 왼발이 자동적으로 피해지는 건 아마 생존본능이었을 것이다.

경기를 마무리하며 분명 나에게 무리가 되는 경기임을 고백했지만 청춘을 바치고 누볐던 야구장에서 언제 다시 하게 될지 모르는 이런 경기에서 젊음의 시절들을 만끽해보고 싶었다. 오늘 경기를 통해 나의 인생철학인 " Never ever give up  " 생각하며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오늘 모든 행사를 다 끝내고 다시 인천에 올라오면서 많은 생각에 잠겼다. 앞으로 나의 인생에서 오늘처럼 한 게임을 다 소화해 낼 수 있을지... 또 이런 기회가 다시 올 수 있을지...

청춘아. 그립구나.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