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야구 국가대표팀 하노이 선발전 현장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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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야구 국가대표팀 하노이 선발전 현장 스케치

최고관리자 0 1,211 2023.01.16 07:38
베트남 야구 국가대표팀 하노이 선발전 현장 스케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글귀를 참 좋아한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는지에 따라 내 세상은 달라진다. 베트남 야구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지금 이 말이 갑자기 비행기 안에서 떠올랐다.

물리적 거리가 1,700km가 넘는 호찌민과 하노이를 정신없이 누비며 새벽부터 움직인 몸은 지칠 대로 지쳐 머리를 대는 곳마다 침대가 따로 없지만 마음은 너무 행복하다. 14일 호찌민에서 열린 선발전의 긴장감과 흐뭇함을 안고 저녁 늦게 하노이에 도착해 선발전을 준비했다. 뭐 하나 득이 되는 것이 없는 이 일이 왜 나에게 이렇게 중요할까? 이제 이 물음에 감히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심장이 뛰기 때문이다.

뛰는 심장으로 다시 맞이한 15일 아침. 하노이 선발전을 위해 현장으로 나섰다. 호찌민의 두 배가 되는 상비군 선수들의 트라이아웃을 준비하기 위해 분주히 현장을 누볐다. 스카우팅 리포터를 준비하고 선수들에게 나눠줄 티셔츠와 조끼, 평가표를 준비하며 어제보다 더 큰 긴장을 하게 된다. 하노이의 대부분 선수를 알고 있기에 더욱 공정해지기 위해 마음을 잡는다. 자칫 그들을 바라보는 내 눈빛이 그들에게 닿을까 하는 혼자만의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내 시작된 선발전. 예상대로 모든 선수의 표정에서 대표팀 승선에 대한 기대감과 떨림이 느껴졌다. 어제와 같은 방식으로 치러진 하노이 선발전은 인원이 많은 관계로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중간중간 좋은 기량을 보여주는 선수와 또 기량이 전보다 나아진 선수, 부족하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선수... 이들을 바라볼 수 있음에 벅찬 감동을 느낀다.

거의 4시간이 걸린 오늘의 선발전을 마치고 현장을 정리하고 있을 때 많은 선수가 다가와 건네는 감사의 인사에 지친 몸이 한결 가벼워진다. 나는 이들과 5년 전의 약속을 지금 지키고 있다. 협회를 만들고, 국가대표팀을 만들고, 국제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도움을 요청한 그들과 지금 마주하고 있다. 물론 우여곡절이 없을 수는 없었다.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지금 그들과 같은 꿈을 꾸고 있기에 괜찮다.

아침 일찍 걱정된 목소리로 매일 내 아침을 열어주시는 헐크 이만수 감독님. 32도가 넘는 땡볕에서 몸살이 걱정되면서도 이내 선수들에게 무엇 하나라도 주기 위해 노력하는 박효철 감독님. 낯선 이방인을 친조카처럼, 가족처럼 늘 따뜻하게 대해주며 베트남 야구를 위해 노력하는 나에게 뭐든 내어주는 쩐득판(Tran duc Phan) 베트남 야구협회장. 나는 이들과 함께 있기에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고 아파트 단지에서 아빠와 아들이 캐치볼을 하는 베트남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는 것이다. 감사할 뿐이다. 여기에 상상을 하나 더해서... 공염불이 아니라고 확신하며 말하고 싶다. 태국을 당당하게 물리치는 베트남 축구처럼 베트남 야구도 곧 태국 야구를 물리치는 그 날이 오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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