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 선발전 현장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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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 선발전 현장 스케치

최고관리자 0 2,126 2023.01.17 12:32
다낭 선발전 현장 스케치

-베트남 야구국가대표팀 선발전을 마치며-

선발전의 마지막 일정. 다낭이다. 수많은 관광객이 넘쳐나는 화려한 도시이지만 야구에 관해서는 하노이와 호찌민과 비교해 모든 면에서 열악한 도시이다. 상비군의 숫자에서도 잘 드러난다. 단 3명이다. 하노이와 호찌민은 많은 수는 아니지만 직접 야구를 가르쳐주는 외국 코치들이 상주해 있다. 그러나 다낭에서 야구를 하는 이들은 스스로 야구팀을 만들고 주말에 나와 연습과 시합을 한다. 유투브를 통해 야구의 기술과 전술을 배우는 것이 전부이다. 예전에 코로나를 뚫고 하노이 선수들과 다낭을 찾아 야구를 가르치고 야구용품을 전달한 것도 이와 같은 상황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고백하건대 오전 일찍 하노이에서 다낭으로 오는 비행기에서 박효철 감독과 호찌민과 하노이 선발전을 잘 마쳤으니 다낭은 좀 마음 편하게 선발전에 다녀올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를 나눴다. 3명의 상비군 선수를 테스트하는 일은 하노이와 호찌민에 비하면 많이 수월할 것이다. 선발전 장소인 다낭 체육대학 앞에서 반가운 투언(Tuan)을 만났다. 너무 착하고 순수한 이 청년의 성실성과 진지함에 매료되어 늘 한국에서도 마음 한구석에 그를 돕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투수로서 좋은 신체조건을 가졌고 주어진 과제를 묵묵하게 연습하고 자세를 교정하려는 그의 모습에 박효철 감독도 지난 8월 내셔널 컵에서 뚜언을 따로 불러 지도를 할 정도였다. 또 한 명의 반가운 인물은 캉(Khanh)이다. 다낭 야구의 주장 겸 코치를 맡고 있는 덩치 큰 요리사이다. 안타깝게도 선발전을 앞둔 이틀 전. 요리 도구에 발등을 찍혀 다리를 절뚝거리는 그가 매우 안쓰럽다. 오늘 선발전을 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연신 괜찮다고만 한다. 대표팀을 향한 그의 간절함이 엿보이기에 마음이 쓰인다.

3명의 선수를 제외하고 다낭에서 야구를 하는 베트남 친구들 서너 명이 선발전을 참관했다. 그리고 시작된 선발전. 선발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박효철 감독의 야구 코칭이 시작되었다. 3명의 선수와 더불어 참관자들에게 정확한 동작과 기술을 알려주는 시간이 선수 평가의 시간보다 더 길어졌다. 오후 4시에 시작한 선발전은 어둠이 내려앉은 시간까지 계속되었다.

박효철 감독의 말 한마디, 동작하나를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하는 그들을 보며, 내가 왜 베트남에서 야구 전파를 돕고 있는지 다시 느끼게 된다. 하나를 가르치면 줄곧 모자를 벗어 ‘감사합니다’로 인사를 건넨다. 또한 사소한 실수에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이는 그들을 보며 마음이 먹먹해진다. 투구 동작 하나를 가르치고 몇 번의 연습을 통해 구속이 3km, 5km 올라가는 기적이 눈 앞에 펼쳐진다. 타격 동작을 교정해주고 다시 시작된 배팅에서 자신의 타구에 감격하는 눈빛을 보게 된다. 전문적인 코칭만 더해진다면 무궁무진한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오늘 하루 선발전을 통해 이렇게 달라지는 다낭 선수들을 보며 박효철 감독은 왜 내가 ‘다낭, 다낭’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지 깨달았다고 한다.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이곳에 와서 선수들을 가르치겠노라는 약속하는 박효철 감독의 마음이 나 같음에 감사하다.

나는 박효철 감독을 믿는다. 지금까지 그를 지켜보면서 딱 두 가지 확신이 든다. 기법적 측면에서 기능, 전략, 규칙 등을 정말 잘 알고 잘 가르친다. 그러나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야구의 정신, 철학, 전통, 안목 등을 가르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따뜻한 마음으로 선수들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느껴진다.

이제 숨 가쁘게 진행된 3일의 선발전이 모두 끝났다. 힘이 들었다. 엄청난 물리적 거리를 오가며 피곤함이 쌓였다. 그러나 베트남 야구 역사의 첫 페이지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다. 베트남 야구의 시작을 알리는 이번 선발전을 통해 분명 베트남 야구는 한 단계 더 발전했고, 선수들은 희망과 기대를 품게 되었다. 어깨가 더 무거워진다. 하루아침에 엄청난 발전을 기대할 수는 없다. 이제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계획 속에 베트남 야구의 내실을 다져나갈 시간이 된 것이다.

이상과 현실은 항상 공존한다. 이상이 현실이 되면 그것은 더 이상 이상(理想)이 이니다. 또 다른 현실과 이상이 새롭게 만들어진다. 선발전과 대표팀 구성은 이상이 아닌 현실이 되었다. 또 다른 베트남 야구의 이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끝까지 달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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