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19, 그러나 일본과 격차는 이제 더 벌어진다 [MK도쿄]
입력2023.03.11. 오후 12:15 수정2023.03.11. 오후 12:35
19대 19. 숙명의 한일전의 전적을 나타내는 숫자다. 하지만 이제 그 격차는 더 벌어진다.
한국은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라운드 2경기 숙명의 일본전에서 마운드가 무너지면서 4-13, 9점 차 대패를 당했다. 지난 2009년 WBC 1라운드 7회 콜드게임 패(2-14) 이후 14년만에 일본전에서 가장 큰 점수 차이로 패한 결과였다.
동시에 이로써 역대 프로 선수가 참가한 주요 국제 대회 일본전 전적은 총 38경기 19승 19패가 됐다. 1998년 이후 아시아시리즈와 클럽챔피언십 등을 제외한 단일팀 대회만 집계한 것으로 양국의 뚜렷한 리그 수준 차이와 전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진 한국이 전적상 일본에 우위로 앞서고 있었다.
일본이 아시안게임과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등에 프로 최강 전력을 내보내지 않는 까닭도 있다. 하지만 상당 부분 2010년대 이전의 굵직한 국제대회에서의 한국의 선전의 결과다.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는 1998년 아시안게임에선 3차례나 일본을 꺾은 것은 물론 결승전에선 13대1로 7회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1998년 이후 한국의 일본전 상대 유일한 콜드게임승의 기억.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도 예선과 3,4위전에서도 한국은 일본에 연거푸 승리하면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6년 최정예가 맞붙었던 초대 WBC 대회에선 예선과 2라운드에서 모두 일본에 승리했지만 준결승전에서 아쉽게 패해 4강에 그쳤다. 하지만 당시 온국민에게 감동을 안긴 대표팀의 선전의 결과는 이후 야구 인기 부흥의 도화선이 됐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본격적으로 한국야구의 르네상스가 시작된 시기였다. 그 역시 예선전과 준결승전에서 숙적 일본을 꺾고, 끝내 금메달의 신화를 달성하면서 한국야구의 위상은 급격히 더 높아졌다.
2009 WBC 대회는 아예 ‘對 일본전 클래식’에 가까웠는데 총 5차례 맞붙어 2승 3패를 기록했다. 아쉽게 결승전에서 일본에 패했지만 연장 10회까지 가는 명승부를 연출하며 한국야구의 인기를 또 한 번 끌어올렸다. 이후 KBO리그는 2010년대 중반까지 본격적인 부흥기를 맞았다.
이른바 황금세대들의 활약으로 거둔 영광은 거기까지였다. 이후 한국과 일본은 승패를 주고 받긴 했다. 하지만 한국이 2013년 WBC와 2017년 WBC에서 연속으로 1라운드에서 탈락하면서 최고 레벨 수준에선 맞붙지는 못했다.
그마저도 최근 한국이 완연한 열세였다.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 게임 결승전에서 실업 선수들이 중심이 된 일본 대표팀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한 이후에는 최근 3연패. 2019년 프리미어 12 슈퍼라운드 8-10 패배, 2019년 프리미어 12 결승전 3-4 패배, 2021년 도쿄올림픽 제2 준결승전 2-5 패배 등 핵심적인 주요 국제대회에서 모두 패했다. 거기다 이제 WBC 본선 1라운드에서는 완벽한 참패를 당했다.
최근 4연패를 당하면서, 이전까지 19승 15패로 앞서 있었던 한국의 일본전 전적이 어느새 19승 19패 동률이 된 셈이다. 그런데 이 숫자는 앞으로 더 벌어질 공산이 매우 크다. 양 팀의 현재 전력상 수준 차이가 매우 큰데다, 대표팀의 평균 연령도 일본이 훨씬 더 어리기 때문이다.
우선 현재 전력 차이부터 매우 컸다. 한국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총 10명의 투수를 쏟아붓고 13실점을 했다. 장단 13안타를 허용하고 9개의 사사구(7볼넷)를 헌납했는데, 일본 투수들이 5명이 9이닝 동안 단 1개의 볼넷도 기록하지 않으며 1개의 사구만을 허용한 것과 비교하면 내용이 극명하게 대비됐다.
타선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전에서 한국은 2루타 2개, 홈런 1개를 때렸지만 6안타로 4득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정확성도 작전을 통한 기책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반면에 일본은 장타는 홈런 1개와 2루타 2방으로 한국과 정확히 같았지만 기회마다 집중력 있는 승부를 펼쳐 안타, 볼넷, 적시타 등을 기록하며 3회 4점, 5회 2점, 6회 5점, 7회 2점 등을 냈다.
사진=WBCI 제공
미래 역시 한국이 새로운 선수들을 발굴해야 할 과제가 당면해 있는 반면 일본은 이미 착착 진행되고 있어 밝기만 하다.
이번 한국야구 대표팀의 평균 연령은 29.4세였는데, 역대 대회 최연소 대표팀을 꾸린 일본의 27.3세와 비교하면 확연히 더 나이가 많은 팀이다. 그마저도 한국은 20대 투수를 대거 선발하면서 역대 대표팀에서 가장 어린 평균 27.1세의 투수진을 구축했기 때문에 수치가 어려진 측면이 있다. 일본은 주축 투수들의 평균 연령이 그보다 더 어린 데 실력은 이미 압도적이다.
대표적으로 오는 11일 체코전 선발로 나서는 퍼펙트 투구의 주인공 사사키 로키는 22세, 2022년 리그 탈삼진왕에 오른 도고 쇼세이와 지난해 11승을 올린 미야기 히로야 역시 22세에 불과하다.
특히 상징적이었던 건 마운드 총력전을 펼친 한국과의 경기 후반에 등판한 일본 핵심 투수들의 나이다. 한국전 3번째 투수로 등판해 150km 중후반대의 강속구를 던진 우다가와 유키는 25세, 지난해 32세이브로 리그 구원왕에 오른 한국전 4번째 투수 마츠이 유키는 27세, 155km의 강속구를 자랑하는 선발투수로 본선 라운드 마무리 투수로 한국전 9회 마지막 1이닝 퍼펙트 투구를 펼친 다카하시 히로키의 나이는 불과 21세였다.
앞으로 한일전에서 숱하게 맡붙어 경기 후반을 책임질 구원투수들의 나이가 겨우 20대 초중반에서 많야 중후반이란 점은 앞으로 수년간 약속의 8회를 기대하기에도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거기다 한국전엔 나오지도 않은 지난해 10승과 2점대 평균자책을 기록한 이토 히로미의 나이도 25세에 불과하다. 한국전 2번째 선발투수의 개념인 텐덤으로 나온 일본 최고 좌완투수 이마나가 쇼타가 30세로 일본 대표팀에선 그나마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할 정도다.
향후 수년간 일본 대표팀의 선발로 활약할 마운드 1,2선발의 코어층의 미래도 창창하다. 현역 일본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오타니 쇼헤이가 29세고, 2년 연속 일본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와무라상을 수상한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나이도 24세에 불과하다.
선발되지 않았지만 NPB에서 소속팀 핵심 선수로 활약 중인 20대 투수들도 상당히 많다. 만약 이번 대회 일본이 만 37세로 메이저리그 95승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다르빗슈 유를 사무라이 재팬의 리더로 뽑지 않았다면 일본 대표팀 투수진의 연령대는 훨씬 더 어려질 뻔 했다.
야수진으로 가면 더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 대표팀의 평균 나이는 31.7세로 32세에 육박한다. 주전 야수 가운데 20대의 핵심적인 선수가 사실상 이정후 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한국 대표팀의 야수진은 향후 미래를 더 기대할 수 있는 팀이 아닌 현재의 모든 것을 집중한 팀에 가까웠다. 당장 이번 대회가 사실상 마지막이 될 야수들이 즐비하다.
반면 일본은 만 23세 2000년생의 나이로 지난해 일본 자국 리그 홈런 기록을 경신한 무라카미 무네타카를 중심으로 야수진 역시 착실하게 세대교체를 진행 중이다. 투수진과 비교해 연령대가 높고 돋보이는 선수들이 많지 않지만, 그것도 상대적인 측면이지 선수층 자체는 매우 탄탄한 편이다.
이제 인정할 건 확실히 인정해야 한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어느덧 일본을 전혀 쫓아갈 수 없는 팀이 됐다. 4000개가 넘는 일본 고교야구팀의 숫자와 100개를 간신히 넘은 한국 고교야구팀의 숫자의 간극은메울 수 없는 격차까지 벌어졌다.
과거의 류현진 등은 KBO리그의 척박한 현실에서 튀어나올 수 없었던 아웃라이어(규범에서 벗어나는) 천재들이었다. 그들을 중심으로 불굴의 정신력과 탄탄한 팀 케미스트리와 정신력으로 한국야구의 부흥을 이끌었던 영웅들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그들은 한국야구의 국제 경쟁력을 높여줬지만, 그 세대 이후 답보했던 한국야구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됐다.
지금부터라도 모든 것을 뜯어고친다는 수준으로 변화하는 수밖에는 없다. 19대 19의 격차가 일본쪽으로 확연히 더 쏠리게 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one.
2@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