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낯설음이 주는 긴장감이다 >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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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4 07:48
< 낯설음이 주는 긴장감이다 >
첫날은 전광판 사용도 미숙했고, 기록실에서는 전광판이 잘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이닝마다 심판님들과 점수를 체크해야 했고, 심판님들간에도 처음 호흡을 맞추다보니 서로 눈빛과 액션으로 호흡을 맞춰가야 했다. 한국심판 사이에서 자리잡은 말레이시아 심판 윈슨도 있었다. 언어의 장벽에도 야구라는 하나의 소통의 도구로 '위아 더 월드' 를 이뤄내는데 나름의 답답함도 생겼겠지만, 불평 하나 없이 늘 웃음으로 대해주었다.
기록이라는 자리가 주는 매력은 이런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 더 빛이나는 것 같다. 그라운드 뿐만 아니라 관중석까지도 둘러볼 수 있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펜으로 채워가는 매력이 있다. 드넓은 야구장 전체를 바라보지만, 그 안에 일어나는 작은 움직임에 집중해야 하는 자리이다. 심판 판정이나, 자신의 플레이에 아쉬움을 품고 덕아웃으로 들어가는 선수의 등번호를 체크해야 하고, 미친 수비를 보여주며 환하게 웃는 선수에게 별점 하나 더주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수비기록을 하기도 한다. 득점을 기뻐하는 환호 속에 묻힌 수비팀의 아쉬움을 기록해야 하기에 수비수의 움직임, 주자의 움직임에 더 집중해야 한다. 내 기준과 판단이 모두에게 공평해지기를 바라면서 기록지를 작성하게 된다. 기록 하나에 다같이 웃을 수는 없기에 기록지에는 늘 사연이 쌓여있다. 그 아쉬움을 밟고 더 높이 올라서는 선수가 되기를 늘 바라게된다.
3일간 늘 호흡을 맞춰왔던 심판님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기록은 안타/에러 판정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기에 일어나는 상황들 중 가장 많은 기록은 심판의 콜을 기록해야 하기에 경기 때마다 심판님들의 소리와 움직임에 집중해야 하고, 호흡이 잘 맞아야 기록에 미스가 안나온다. 이번 대회에 함께했던 심판님들은 총 12분이 계셨는데, 그 중 알고있던분은 5분. 처음뵙는 분들이 많아 더 긴장되고, 경기 때마다 심판님들의 시그널을 보면서 익혀야 하고, 멀리서 수신호로 소통하는 것도 익숙해져야 했는데, 모든 분들이 경기장에서도, 오가는 차량에서도 안부를 챙겨주시고, 필요한 것들을 챙겨주시고, 이닝교대 때에도 서로 체크하기도 하면서 혼자였던 기록이지만, 덜 실수하고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매 때마다 기록실을 찾아와 시원한 물과 커피를 가져다 주었던 라오스 친구들에게도 고마웠고, 대회를 열 수 있도록 든든하게 후원해준 대구은행 관계자 분들께도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3일밤 늦게까지 함께 대회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응급 지원을 위해 오셔서 저의 건강상태까지 살펴주셨던 최선행 선생님의 열정에도 감동이었다. 누구보다도 라오스에 마음을 품고 이자리까지 이끌어오신 이만수 감독님과 조경원 단장님, 최홍준 부장님 등 헐크파운데이션 관계자님들의 수고와 노력은 또다른 공급으로 채워주시길 기도한다.
3일 동안 땡볕 중에도 구름이 있고, 바람이 있고, 시원한 물이 있었다. 모든 순간, 모든 곳곳에 필요가 채워졌고, 그렇게 3년간 기다렸던 3일이 지났다. 너무 짧은 시간동안 꿈을 꾼 듯이 시간이 흘러갔는데, 지금 꾼 이 꿈이 2년뒤, 10년뒤, 20년 뒤에는 더 큰 나무로 자라갈 것이 기대가 된다. 야구장에서 울려퍼진 응원소리가 인도네시아 땅에 더 크게 퍼져나가 깊게 뿌리내리길...
( 이 글은 곽유진 기록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