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심 / 천풍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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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심 / 천풍운

최고관리자 0 1,471 2023.07.07 16:12
<에세이> 포기심/ 천풍운

포기심 / 천풍운

'포기'라는 말은 들어봐도 '포기심'이란 말은 생소할 것이다.

'포기'는 어떤 일을 중도에 그만둔다는 뜻이고, '포기심'은 말 그대로 포기하는 마음을 뜻한다.

한때 한국 프로야구를 풍미했던 홈런타자 헐크 이만수 전 SK 감독, 최근 라오스, 베트남 등 동남아 야구 발전을 위해 애쓰는 그의 생활신조는 '절대 포기하지 말라(Never ever give up)'이다.

열정과 투지, 끈기의 사나이, 영웅 이만수다운 신조이다. 그러한 신조가 없었다면 그는 영웅이 되지 못했을런지 모른다. 그의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

성취 욕구는 인간의 본능이며, 성취 노력은 그 자체가 아름다운 예술 작품이다.

온갖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역경을 이겨 내는 각고의 노력, 포기하지 않는 신념은 성취의 근원적인 요소이다.

그런데 왜 생뚱맞게 포기심인가.

필자는 다른 에세이 '기도의 방법'에서 '간절함의 정점은 소원을 포기할 정도의 마음을 갖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물론 피나는 노력이 없으면 포기할 것도 없고 포기심을 가질 것도 없다. 요행을 바라거나 욕심의 늪에 빠져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일이란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고 하여 반드시 성취되는 것은 아니다. 치열한 경쟁이 있게 마련이고, 그 성취는 소수자만이 맛볼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다수자의 입장에서 보면 성취되지 않는 것이 정상적일 것이나, 개인적으로는 엄청난 충격을 받고 좌절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러한 충격에서 벗어나는 묘책이 '포기심'이다.

성취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성취되지 않더라도 이미 포기했으므로 괜찮다고 생각하면 다소 섭섭할 수는 있어도 최소한 큰 충격은 줄일 수 있다.

포기심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즉 '사람이 해야 할 일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마음과 흡사하긴 하지만, 꼭 같지는 않다.

그것은 엄밀히 '진인사(盡人事)', 즉 최선의 노력에 방점을 찍고 있으므로 '대천명(待天命)'의 마음에는 성취의 간절함에 머물러 있을 뿐, 포기심이 존재하지 않거나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포기심은 최선을 다한 후에 성취를 염두해 두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성취의 간절함도 포기하고 기다리는 마음이다.

간절함도 욕심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 고리를 끊어 마음의 평안을 구하는 것이다.

아마 그 정도의 마음을 가질 정도이면 일은 비로소 성취될 것이다. 설혹 성취되지 않더라도 더 이상 바랄 것도 억울할 것도 없다.

포기심의 진면목은 성취되지 않은 이후의 구상이다. 다시 일어설 동력을 다진다든지, 다른 길을 모색하는 등의 대안책을 미리미리 구상하는 것이다.

성취되어도 즐겁고 성취되지 않아도 즐거운 포기심의 진미, 사고의 새로운 경지를 맛보게 한다.

(2023. 6. 20. 運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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