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로운 심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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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로운 심판자 >

최고관리자 0 1,575 2023.11.30 14:48
< 외로운 심판자 >

이번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내셔널 베이스볼 챔피언십' 대회와 심판아카데미 및 기록 그리고 재능기부하기 위해 지난 22일 캄보디아로 심판진들과 스텝진들하고 들어갔다.

4일간의 '내셔널컵 베이스볼 챔피언십' 대회를 끝내고 선수들은 다 귀가 했지만 하루도 쉬지 못하고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심판진과 기록하는 분이 똑같이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강행군 했다.

조금 위안이라면 4일 동안 이른 아침 7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경기 했다면 심판아카데미와 기록은 한시간 늦은 8시부터 기록 및 심판아카데미를 시작했다.

작년 2022년 12월에 칼럼에 썼던 "포수는 심판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에 대해 글을 썼던 기억이 난다. 지난 53년 동안 야구하면서 이번처럼 심판들과 기록원하고  함께 9일 동안 동고동락하며 보낸적은 처음이다.

그간 헐크파운데이션 최홍준 부장과 이런저런 대화는 깊이 있게 많이 나누었지만 이번처럼 심판의 어려움과 고충 그리고 심판들의 뒷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특히 박상호 심판과의 대화는 이전에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 엄청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사실 심판진들의 체력소모는 그라운드에서 경기하는 선수들 못지 않음을 듣게 되었다.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은 한이닝 끝날때마다 덕아웃에 들어가 시원하고 안락한 의자에 앉아 쉴 수 있지만 심판들은 경기가 끝나는 9회까지 꼼짝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라운드에 서 있어야 한다.

그래서 심판들은 목이 말라도 좀처럼 물을 마음껏 마시지 못한다고 한다. 그것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경기 다 끝나고 지방으로 이동할 때 심판들도 똑같이 지방으로 이동한다.

이동 수단도 선수들은 편안하게 버스로 이동하면 심판들은 늦은 밤 열차나 아니면 4명씩 짝을 지어 늦은 밤 자동차로 이동한다. 심판들도 프로야구 선수들처럼 철저한 체력훈련과 규칙을 지킨다. 프로야구 심판진들은 프로야구 시즌이 끝나면 그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지만 아마심판들은 거의 한 시즌을 경기장에서 다 보낸다고 보면 된다.

심판진들도 가족의 도움이 없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심판도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박상호 심판과 이야기 나누는 중에 깜짝 놀란것은 20명 되는 직원을 데리고 있고 거기다가 베트남에 사업장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추어와 사회인 야구에서 심판을 보는 대부분 심판진들은 대부분 직업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다. 이번처럼 기간이 긴 스케줄은 휴가를 반납하면서까지 하며 캄보디아에 함께했다.

솔직히 난생 처음 들어본 이야기라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캄보디아 스케줄은 정말 강행군이다. 9일 동안 단 하루도 휴식 없이 강행군으로 이른 아침부터 저녁시간까지 모든 스케줄을 다 소화해 내야한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첫날 22일과 23일은 체력이 좋은 나까지 쓰러질것 같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이들 심판들은 단 한번도 짜증 내거나 화내는 사람 없이 오히려 웃으면서 힘든 스케줄을 즐겁게 보내는 것이다.

도대체 이들이 이렇게까지 행복해하고 즐겁게 보내는 비결이 무엇인가? 박상호 심판은 20명을 거느리고 베트남에 사업장이 있지만 야구가 좋아 자신의 휴가를 기쁜 마음으로 반납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시간이 그렇게 즐겁고 행복할 수가 없다고 한다.

4일간의 모든 경기를 다 끝내고 다시 이른 아침시간부터 심판강습회를 위해 야구장으로 향했다. 이런 강행군으로 인해 좋아하는 술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야구를 위해 모든 스케줄이 다 끝날때까지 자제한다.

박상호 심판과 최홍준 부장의 이야기를 듣고 숙연해지는 마음은 무엇일까?

이번 캄보디아 "내셔널 베이스볼 챔피언십" 대회는 나에게 있어 잊을 수 없는 시간이고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스포츠고 최고의 인기를 이끌기까지 이렇게 보이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음을 야구인들은 잊어서는 안 된다.



< 포수는 심판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 >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날씨 변화를 일으키듯, 미세한 변화나 작은 사건이 추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우리는 ‘나비효과’라고 부른다. 갑자기 심판아카데미와 포수관의 나비효과가 무슨 연관이 있는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한 사례를 통해 지금 이 나비효과를 실감하게 될 것이다.

1982년 한국프로야구가 태동했는데 그 해 11월에 만들어진 심판아카데미도 나란히 올해 40주년을 맞게 되었다. 나는 어쩌면 가장 가까이 심판들과 함께 한 선수다. 야구하면서 은퇴할 때까지 대부분 포수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라오스 대회에 심판 재능기부 해준 한 분이 나에게 이런 글을 보내왔다.

“포수는 심판(주심)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입니다. 공을 잘 막아주는 포수가 아니라면 주심도 심판을 제대로 보기 어렵습니다. 피하기 바쁘죠. 타자가 스윙한다고 미트를 공 오는 곳으로 갖다 대지 않는 포수라면 ‘공포’ 그 자체입니다. 한 두 번 그런 공에 맞으니 더욱 그런 포수가 무섭습니다. 주심은 글러브가 없으니 그 공을 그대로 맞습니다.

무거운 장비를 차고 팀에서 가장 어려운 역할을 하는 포수가 가장 많은 연봉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투수가 아무리 공을 잘 던지고, 아무리 빠르게 던진다 해도 그걸 처리할 포수가 없다면 투수의 능력을 돋보이게 할 수 없으니 말입니다”

이 글을 보고 한편으로는 포수의 포지션을 이렇게 각별하게 생각해주는 심판이 고마우면서 예전 생각들이 떠올랐다. 스포츠 경기 중에 이렇게 심판과 근접한 거리에서 긴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경우는 포수와 주심이 유일하다. 서로의 숨소리도 들릴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볼 판정에 대한 무언의 대결까지 포수와 심판은 가깝고도 먼 사이다.

현역시절을 돌아보면 경기 들어가기 전에 제일 먼저 매니저에게 오늘 주심이 누구인지를 물어 본 기억이 난다. 그날 주심의 성향에 따라 당일 경기의 볼 배합 운영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심판들의 성격이나 성향 그리고 그 심판이 선호하는 스트라이크 존이 다르기 때문에 야구 일지에 일일이 심판항목을 메모해 놓았다. 그 자료가 선수시절 은퇴할 때까지 쌓였다.

이렇듯 심판 역할의 중함을 알기에 나름의 특별한 사명감을 갖고 몇 몇 분들과 지금까지 유대관계를 갖고 지낸다. 이런 관계로 인해 야구 불모지인 동남아시아 라오스라는 나라에 2013년 라오J브라더스 야구단을 창단하고부터 지금까지 가장 먼저 헌신적으로 재능기부 하고 봉사한 분들이 심판들이다. 지난 7월말 제1회 베트남 내셔널컵 야구대회에서도 자기 일처럼 11명의 심판진들이 자비로 호치민까지 들어와 열정적으로 전게임을 다 소화해 줬다.

앞으로 심판아카데미에서도 심판진들의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중에 하나가 라오스와 베트남에 심판아카데미 프로젝트 계획을 갖고 있다. 야구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심판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에 지금도 한국의 심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아직 헐크파운데이션 재단이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못해 국제대회를 갖을 때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판들은 언제나 자기 일처럼 기쁜 마음으로 도움을 주고 또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해주고 있다.

이들의 작은 헌신과 봉사들이 합쳐져 라오스와 베트남 야구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 있을 인도차이나 반도의 많은 나라들이 야구에 관심을 갖고 주위에서 도움의 손길을 보내오고 있다.

라오스에서 시작된 작은 날잿짓이 지금 베트남에서 큰 폭풍을 만들어 내고 있다. 라오스에서 보이지 않는 야구 규칙집을 만들어 낸 것부터 대회 진행까지 많은 이들이 작은 날잿짓을 만들었다. 그 날갯짓의 작은 바람이 베트남에 큰 광풍을 만들어내고 있다. 나는 그 현장에서 그 나비효과가 불러운 세찬 바람을 몸으로 실감했다. 헐크 이만수의 강력한 힘이 아니라 이러한 작은 노력들이 더해져 모든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했던 일들이 실제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더 강력한 폭풍이 되어 인도차이나 반도에 야구 광풍이 큰 한류의 물줄기로 이어질 것임을 나는 직감한다. 나는 그 자리에서 그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야구인의 숙명 같은 의무로 그들에게 한국야구와 문화를 그들에게 심어주는 날잿짓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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