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이어 베트남 찾는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 “인도차이나 반도에 야구의 꽃을 피우겠습니다” [스경X인터뷰]
입력2021.04.01. 오전 8:00SNS 보내기
[스포츠경향]
“와, 가족들이 가지 말라고 난리였지요. 코로나 때문에 걱정된다고요. 하지만 이번에 또 못 들어가면 언제 들어가겠어요. 검사를 해보니까 음성도 나왔고요. 그래서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죠.”
프로야구 SK의 전 감독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63)은 31일 오후 특별기편으로 베트남으로 떠났다. 그가 SSG의 전신 SK 와이번스 감독에서 물러났던 2014년 11월 라오스로 떠난 후 6년 반이 지난 시간이었다. 그동안 이만수 이사장의 시계도 바쁘게 돌아갔지만 야구 불모지에 가까웠던 동남아시아 야구의 시계는 더욱 빨리 돌아갔다.
특히 이만수 이사장이 공을 들인 라오스의 변화는 놀라웠다. 봄, 가을에도 평균 30도가 넘어 무성한 풀밭이던 곳에는 정식 야구장이 들어섰고, 지난 1월에는 라오스 최초로 한국대사배 야구대회도 열렸다. 싹은 틔웠고 이제 새싹이 자라나는 라오스를 놔두고 이만수 이사장은 이번에는 베트남을 찾는다. ‘야구의 씨’를 뿌리는 일,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은 똑같다.
이만수 이사장은 “베트남 하노이 국제학교의 이장현 선생님께서 2019년 12월 ‘베트남에도 야구를 보급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셨다. 하지만 라오스와 달리 베트남은 야구가 도입된지 10년이 넘었고 야구 동호인도 있으며, 자체적으로 경기도 하기에 ‘왜 굳이 내가 가야 하냐’고 거절했던 기억이 난다”면서 “하지만 그곳의 이야기는 ‘여기는 아직 동네 야구일 뿐입니다. 오셔서 협회도 만들어주시고 베트남 사람들에게 야구를 알려주세요’였다. 그래서 코로나19로 1년 3개월을 기다린 끝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단 이만수 이사장의 일정은 두 달 정도다. 라오스와 달리 베트남은 조력자도 많고 정부의 지원도 넉넉해서 많은 일들이 더욱 빨리 진행될 전망이다. 4월10일 베트남 야구협회 창립총회에 참석하는 이만수 이사장은 경기력 향상을 위해 국가대표팀도 꾸리고 정식 야구장 건립에도 힘을 보탠다.
이 이사장은 “유재호 감독이라고 30대 초반의 지도자가 들어갔다. 하노이, 호치민, 다낭 등에서 재능있는 선수들을 미리 파악하고 가서는 총감독의 입장에서 선수들을 볼 생각”이라고 했다.
기반은 있다고 하지만 베트남에서의 인기 스포츠는 단연 축구다. 이웃 태국과의 라이벌전은 한일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열기를 띠고,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의 국제경쟁력을 높인 공로로 국민영웅의 대접을 받고 있다. 이만수 이사장은 ‘야구의 박항서’를 꿈꾸며 베트남 선수들을 만난다.
그와 동남아시아의 인연은 SK 감독으로 재직하던 8년 전으로 거슬러 간다. 시즌 중 라오스 현지 관계자로부터 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던 이 이사장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1년을 넘게 꾸준히 연락을 해오고, 기다리던 그들의 순수한 열정에 감동해 라오스행을 택했다. 처음 1개월 만 생각했던 일정은 순수한 라오스인들의 모습에 6개월이 되고 1년이 됐다. 결국 라오스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팀을 파견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 이사장 역시 야구를 하면서 ‘삼시세끼 밥만 먹고 싶다’고 하던 라오스 청년들의 꿈이 구체적으로 바뀌는 것을 보면서 큰 보람을 얻었다.
이만수 이사장은 “야구로 사람의 인생관을 바꾸는 것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의미였다. 비록 사비가 들더라도 어디서든 사람을 세우는 일이 인생을 살아가는 큰 이유가 되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나중에는 베트남을 비롯해 태국,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인도차이나 반도의 나라들에 야구를 보급해 이 나라들끼리 국제대회도 여는 정도까지 저변을 넓혀주고 싶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그 사이 자리를 비웠던 KBO 리그의 현장, 그는 남은 꿈을 국내에서 펼치는 것엔 뜻이 없을까. 이만수 이사장의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제가 없으면 바통을 이어받을 사람이 없습니다. 한국의 현장에 미련이 있었다면 진작 돌아왔겠죠. 이제 미련은 없습니다. 제 마지막 꿈은 인도차이나 반도에 있습니다. 이곳에서 야구의 씨를 뿌려 꽃을 피워내고 싶습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